NC 다이노스의 아기 공룡에서 26살 에이스로 성장한 구창모가 군 입대를 준비한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릴 수도 있지만 그와 관계없이 상무에 지원서를 제출,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구창모는 지난 10일 국군체육부대(상무)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23년 2차 국군체육부대 운동선수 야구 종목 체력측정자 49인에 이름을 올렸다. 구창모는 3월 중순 상무 입대를 위해 서류를 제출했고, 오는 17일 경북 문경에 위치한 국군체육무대에서 체력 측정을 받는다.
11일 창원 KT전에서 만난 구창모는 “나이가 적지 않은데 군대를 아직 해결 못했다. 이번에는 국군체육부대가 빠르게 모집한다고 해서 구단과 상의 끝 지원하게 됐다”라며 “내 또래 선수들을 보면 전부 다 군대를 다녀왔다. 그런 걸 보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 머릿속에 군대 생각이 계속 있었다”라고 상무에 서류를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공고를 나와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NC에 입단한 구창모.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그는 아기 공룡에서 다이노스의 마운드를 이끄는 좌완 에이스로 성장했다. 에이스로 도약한 이래 각종 부상에 신음하기도 했지만 2020년 9승 평균자책점 1.74를 비롯해 지난해 부상을 털고 돌아와 19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호투했다. 구창모는 이에 힘입어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구창모는 “그 동안 주변 후배, 동기들이 군대에 가는 걸 보면서 ‘언젠가 나도 이런 순간이 오겠지’ 했는데 이제 드디어 실감이 난다”라며 “상무를 다녀온 선수들, 또 체력 테스트를 본 선수들에게 그 곳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물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1997년생인 구창모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의 수는 딱 한 가지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면 된다. 그러나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24세, 4년차 이하라는 제한을 두면서 구창모가 태극마크를 달려면 와일드카드로 뽑혀야 한다. 또 항저우에 가더라도 동메달도 은메달도 아닌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해 이 또한 쉬운 미션은 아니다.
구창모는 “올해 아시안게임이 있지만 확실한 건 없다. 일단 마음 편하게 상무에 지원했다”라며 “모든 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물론 아시안게임 욕심은 나지만 그냥 하던 대로 할 것이다. 상무 신체검사를 받을 것이고, 어쨌든 올 시즌 끝나면 결과가 나온다. 편하게 하려고 한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만일 상무에 합격할 경우 구창모는 2023시즌을 끝으로 잠시 NC 팬들과 작별해야 한다. 그는 “아직 규정이닝이 없었다. 그래서 가기 전에 확실한 인상을 심고 가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구단은 내게 풀타임을 원하고, 나 또한 풀타임을 던져보고 싶다. 스스로 풀타임 던졌을 때 내 성적이 궁금하기도 하다”라고 올해의 남다른 목표를 전했다.
다만 구창모의 개막 후 성적은 기대 이하다. 2일 대구 삼성전에서 4⅓이닝 6실점, 8일 창원 키움전 또한 4⅔이닝 4실점(2자책)으로 부진하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구위는 문제없다. 좋았을 때 기억을 빠르게 찾는 게 급선무”라며 “아픈 곳 없이 잘 되고 있으니 한 고비만 넘으면 자신감을 회복할 것 같다. 좋았을 때 영상을 보면 거침없이 던지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아 보인다. 다음 경기는 잘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구창모에게 끝으로 군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는 2023시즌 목표를 물었다. 그는 "목표를 물어보실 때 항상 풀타임이라고 했다. 그거 말고는 생각해본 게 없다. 풀타임을 해보고 나서 세부적인 목표를 잡고 싶다"라며 "선발투수가 규정이닝이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난 더 이상 어린 선수도 아니다. 이제는 진짜 에이스가 되겠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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