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흘러갔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김민석(19)의 선발 데뷔전. 이날 김민석은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끄는 맹타를 휘둘렀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데뷔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잡은 김민석은 1-0으로 겨우 선취점을 뽑게 된 7회말 무사 1,2루 기회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김민석의 프로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이 동시에 기록됐다. 경기 상황적으로 봐서도 상당히 중요했던 적시타였다.
결국 김민석의 적시타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롯데다. 김민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8회 2사 1,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 쐐기 타점까지 만들었다.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멀티히트 2타점으로 만점 활약했다. 앞서 7회초 수비에서는 KT 박경수의 큼지막한 좌중간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걷어내며 선발 나균안의 역투와 무실점 행진을 도왔다.
경기 후 만난 김민석은 상기된 표정으로 홈 팬들의 환호성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 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민석은 잠을 설쳤다고 했다. 그는 "하루 전에 선발 출장을 알려주셔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좋았다. 잠도 잘 안 깨는데 잠도 좀 설쳤다. 그래서 코치님께서 보내주신 상대 선발 영상 10분 정도 보고 다시 잤다"라고 전했다.
어머니의 고향이자 외가 쪽 친척들이 부산에 살고 있는 김민석이다. 이번 주말 3연전에 부모님이 찾아왔고 아들의 맹활약을 지켜봤다. 그는 "부모님 앞에서 첫 안타를 친 것이 의미가 크다"라고 웃었다.
7회말 첫 안타 상황 당시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갔을 때의 상황을 되돌아본 김민석은 "실감이 잘 안났다. 첫 안타 칠 때랑 첫 타석 들어갈 때 마치 영화 같았다"라며 "너무 상황이 빨리빨리 스쳐 지나가서 기억이 조금씩 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7회초 호수비를 펼쳤던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처음에는 펜스에 맞을 줄 알았다. 그래도 스타트를 잘 끊었고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서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9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는 아쉬운 판단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황재균의 타구를 무리하게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려다가 실패했고 타구는 담장까지 흘러갔다. 2실점을 했고 추격을 허용한 뒤 겨우 경기를 매듭 지었다. 김민석은 "9회초 수비에 대해서는 다이빙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솔직히 잘 몰랐다. 그래서 오늘 또 하나 배웠다"라면서 "(안)치홍 선배님께서 잘 말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일단 대타로서 두 타석을 소화한 뒤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서튼 감독은 "분위기를 익힐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석도 이 방식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대타로 나갔을 때는 나름의 준비를 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이다 보니까 쉽지 않았다. 벤치에서 앉아있다고 스윙을 하고 타석 나가는 게 어려웠다"라면서 "그래도 선발 출장을 하게 되면 수비도 하고 몸이 풀린 상태에서 타격을 하니까 좀 더 편안하게 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벤치에서 1군의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 개막엔트리에 포함된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라면서 "만약 2군에서 바로 올라와서 했으면 적응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교 때는 관중 분들이 안 계셨기 때문에 1군에서는 적응이 힘들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민석의 인터뷰가 진행된 시간은 경기가 끝나고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하지만 덕아웃에서 김민석이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아직 관중석에 남아있던 꼬마 팬이 "김민석 선수 사인해주세요!"라고 목청껏 소리쳤다. 꼬마 팬의 목소리를 김민석은 외면하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난 뒤 김민석은 퇴근보다 사인이 우선이었다.
한달음에 백네트 뒤로 달려갔다. 관중석 위의 꼬마팬과 김민석은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김민석은 꼬마팬에게 향해 공과 유니폼, 네임팬을 던져달라고 했고 성심성의껏 사인을 했다. 앞서 '던지기 사인' 요구 논란처럼 일방적인 사인 요청이 아니었다. 선수도 팬도 원했던 이상적인 팬서비스 장면이었다. 김민석의 퇴근 시간은 다소 늦어졌지만 영화 같았던 김민석의 하루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