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에이스를 연상 시키는 진부한 클리셰는 없었다
나균안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3연패를 끊고 4-0 승리를 이끌었다.
2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나균안은 지난 2일 두산과의 개막시리즈에서 6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 승리가 현재 롯데의 유일한 승리였다. 나균안이 역투로 팀 승리를 이끈 뒤 팀은 3연패 수렁에 빠져 있다. 팀의 운명을 다시 짊어진 나균안이었다.
그 부담을 기꺼이 짊어진 나균안은 2선발이 아닌, 1선발 에이스의 모습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날 나균안은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83개의 공을 던지며 스트라이크 55개 볼 28개를 구사하며 완벽한 제구력을 선보였다. 최고 146km의 패스트볼 40개 포크볼 22개 커브 13개 커터 6개 슬라이더 2개의 구종을 구사하며 개막 4경기
나균안은 1회 선두타자 조용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강백호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알포드를 우익수 뜬공,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아내 1회를 마쳤다.
2회에는 장성우를 좌익수 뜬공, 황재균을 3루수 땅볼 그리고 김민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에는 불운이 따랐다. 선두타자 박경수를 빗맞은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좌익수가 타구를 놓쳤다. 2루타가 기록됐다. 하지만 김상수를 삼진, 조용호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강백호에게 볼넷을 내줬고 폭투까지 범하며 2사 1,3루 위기에 봉착했지만 알포드를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 위기를 극복했다.
4회는 박병호를 유격수 뜬공, 장성우를 삼진, 황재균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다시 삼자범퇴 이닝. 5회에도 김민혁을 좌익수 뜬공 박경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2아웃을 만들었다. 김상수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조용호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5회를 마무리 지었다.
6회에는 강백호 알포드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뒤 박병호를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 장성우를 3루수 땅볼, 황재균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순항을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김민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면서 잠시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박경수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얻어 맞았다. 이날 경기 가장 큰 타구. 하지만 중견수 김민석이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면서 잡아냈다. 나균안은 두 손을 번쩍 들면서 김민석을 맞이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인 7이닝을 완성했다.
마운드에서 나균안이 최고의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문제는 타선이었다. 롯데 타선 역시도 KT 선발 배제성에게 꽁꽁 틀어막혔다. 기회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 기회가 상대의 호수비들로 증발했다. 연결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2회 1사 1,2루에서 유강남이 3루수 땅볼을 때리면서 첫 병살타가 나왔고 이닝이 끝났다. 4회에는 1사 1루에서 한동희의 강한 타구가 나왔다. 하지만 KT 유격수 김상수가 노련한 숏바운드 캐치로 타구를 걷어냈고 병살타로 이어졌다. 6회에도 선두타자 김민석이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렉스의 타구가 이번에는 2루수 박경수의 숏바운드 캐치에 걸리면서 병살타가 됐다. 이후 전준우, 안치홍의 연속안타와 한동희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꼬일 수밖에 없는 경기 흐름이었다.
하지만 나균안이 7회까지 어떻게든 압도적인 투구 내용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타선은 7회말 무사 1,3루 기회를 잡았고 황성빈의 좌전 적시타, 김민석의 우전 적시타 그리고 렉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점을 추가, 3-0의 리드를 잡았다.
호투를 하고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승리도 챙기지 못하는, 비운의 에이스 클리셰가 나오는 듯 했지만 끝내 버티고 극복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나균안의 2승은 롯데의 2승이기도 했다.
경기 후 나균안은 "연패 중이라 부담감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마운드에서 내공만 던지려고 했다. (유)강남이 형이 리드를 잘 해주시고 리액션도 크게 해주셔서 오늘 커맨드가 잘 들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 박경수 선배 타석에서 큰일났다 싶었는데 (김)민석이가 잘 잡아줘서 분위기를 지켜줬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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