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자신을 기용해준 사령탑에 대한 진심이 담긴 감사였다. KIA 타이거즈 고종욱의 보직은 딱 정해져있다. 찬스에서 타점이 절실할 때 나서는 대타 신분이다. 어쩌다 한 번 나간다. 타격 컨디션이 들쑥날쑥하지만 반드시 쳐야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두산과의 광주경기에서 그런 기회가 왔다. KIA는 6-4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정해영이 김재환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다. 분위기가 두산으로 넘어갔다.
9회말 공격. 1사후 소크라테스 안타, 최형우와 류지혁이 볼넷을 골라 만루를 만들었다. 최정용 타석에서 김종국 감독은 지체없이 대타사인을 냈다. 방망이를 몇번 휘두른 고종욱은 타석에 들어서 두산 투수 박신지의 2구 직구를 힘차게 받아쳐 우익수 키를 넘겨버렸다.
1만6000여 명이 찾은 챔피언스필드는 난리가 났다. 왜 통산 타율 3할4리의 타자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귀중한 1승을 가져오는 천금의 적시타였다.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전에서 패했다면 연패의 흐름으로 빠질 수 있었던 팀을 살려냈다.
고종욱은 "필승조 투수들이 못나오니까 해볼만해다고 생각했다. 강하게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쳤는데 수비가 없었다. 정말 기분좋았다"며 웃었다.
고종욱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단에게 포기의사를 전했다. 다른 팀이 불러줄 가능성도 낮았고, KIA로 이적해 1년 동안 생활하면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FA를 선언하면 떠날 수 밖에 없었다. KIA에서 야구를 계속하고 싶었다.
당연히 KIA도 흔쾌히 재계약을 했다. 후배들과 외야수 경쟁도 하고 싶었으나 스프링캠프는 2군 함평에서 시작했다. 출발부터 경쟁에서 밀렸다. 그러나 김종국 감독은 오키나와 2차 캠프에 고종욱을 불렀고 개막 엔트리에 고종욱을 넣었다. 경험과 실력을 갖춘 그만한 대타요원이 없었다.
개막 이후 세 번의 대타 기회가 왔다. 첫 번째는 볼넷을 골라냈고, 두 번째는 삼진을 먹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멋진 끝내기 안타로 감독의 부름에 응답했다.
고종욱은 "1사 만루 끝내기 타석이라면 누구나 욕심이 난다. 저를 감독님이 저를 보내주셔셔 감사하다. 내가 부족해서 경쟁에 밀려 1군 캠프에 가지 못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대타 자리를 주셨다. 열심히 준비해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