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5경기 만에 마무리투수 교체 결단을 내렸다. 카를로스 수베로(51) 한화 감독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를 택했지만 불펜 운용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화는 지난 7~8일 대전 SSG전에서 연이틀 연장 접전 끝에 역전패했다. 개막 6경기에서 5패(1승)를 당했는데 전부 7회 이후 결승점을 내주며 불펜 게임에서 완전히 졌다. 역전패 4번, 연장패 3번으로 전력을 소모하고 진 경기들이라 충격이 크다.
확실한 마무리투수의 부재가 뼈아프다. 스프링캠프 준비 과정에서 한화는 특정 투수를 마무리로 못박지 않았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 때 수베로 감독이 언급한 마무리 후보는 박상원, 장시환, 강재민이었다.
그러나 박상원이 1차 캠프 막판 팔에 멍 증세가 지속되면서 시즌 준비가 늦었다. 시범경기 때 수베로 감독은 장시환과 김범수로 후보를 좁혔고, 최종 선택은 지난해 7월까지 14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경험이 있는 베테랑 장시환이었다. 장시환은 시범경기에서 1세이브를 거두며 6이닝 무실점으로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개막전부터 제대로 꼬였다.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서 2-2 동점으로 맞선 10회 투입된 장시환은 이형종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KBO리그 역대 개인 최다 19연패 불명예 기록이 만들어졌다. 이튿날 키움전도 6-6 동점에서 9회 마무리가 올라와야 할 상황에 주현상이 투입됐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2안타 2볼넷 밀어내기로 끝내기 점수를 허용했다. 개막전 끝내기 패배 여파가 이튿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장시환은 6일 대구 삼성전에서 8-1로 앞선 9회 여유 있는 스코어에 등판해 실점 없이 막았지만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내용은 불안했다. 결국 홈 개막전이었던 7일 SSG전에도 3-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오자마 최정과 최주환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1실점한 뒤 한유섬에게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강판됐다. 다음 투수 윤산흠이 볼넷 2개로 밀어내기 점수를 주면서 연장으로 간 승부에서 10회 4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수베로 감독은 8일 SSG전을 앞두고 마무리 교체를 알렸다. 지난 2년간 투수 보직이나 역할 변경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결정했던 수베로 감독이 개막 5경기 만에 비교적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그는 “장시환의 구속과 퍼포먼스가 아직 작년 같지 않다. 김범수를 임시 마무리로 쓸 것이다. 김범수에겐 새 옷이다. 마무리가 갖는 부담감과 짜릿함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김범수가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8일 SSG전에는 이틀간 연투한 김범수가 불펜 대기조에서 빠졌고, 수베로 감독은 강재민을 세이브 상황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김범수가 맡던 8회를 책임질 투수가 관건이었는데 5-4, 1점차 불안한 리드 속에 8회를 맞이했다. 수베로 감독 선택은 윤산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전날 1점차로 쫓긴 9회 1사 1,3루에서 구원등판한 윤산흠은 삼진을 하나 잡긴 했지만 볼넷 2개로 밀어내기 점수로 동점을 허용했다. 전날 잔상이 가시기도 전에 밀어내기 볼넷 상대였던 전의산 상대로 1점차 앞선 8회 이닝 시작부터 나왔다. 전의산의 내야 안타와 이재원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추신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역전 주자까지 나갔지만 수베로 감독은 윤삼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윤산흠은 최지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 만루를 꽉 채우고 내려갔다. 강재민이 한 템포 늦게 투입됐고,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5-5 동점이 되고 말았다. 한화의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8회 윤산흠 투입 과정 때부터 “어제 전의산에게 중요한 상황에서 볼넷을 내줬다. 지금 상황에 또 나오면 부담감이 있다. 제구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윤산흠이 위기를 맞이하자 김 위원은 “이 상황을 계속 맡기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운에 맡긴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강재민, 정우람) 경험 많은 투수들이 뒤에 있는데 경기를 내주려는 것도 아니고…”라며 만루가 된 뒤에야 강재민으로 투수 교체를 하자 “지금 올라온 투수에게 막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투수 교체가) 한 템포 느렸다”고 지적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