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부활한 부산 사직구장의 ‘부산갈매기’ 떼창도 KT 위즈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를 흔들지 못했다. 되려 고영표의 신들린 역투가 떼창의 분위기를 잠재웠다.
고영표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투구수는 80개. 팀ㅇ ㅣ7-1 승리를 이끌었다.
고영표는 지난 2일 LG와의 개막시리즈에서 연장 11회 등판해 ⅔이닝을 투구했다. 투수를 거의 소모한 상황에서 승부수였지만 팀의 9-10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당시 투구수가 8개 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날 등판은 전혀 문제 없었다. 오히려 감각을 끌어올린 듯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1회에는 잭 렉스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하지 않았고 9개의 공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꽂아 넣었다. 2회 5번 고승민에게 3구 째까지 스트라이크가 기록이 되면서 고영표는 12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이날 대역투를 암시하는 복선이었다.
3회 1사 후 황성빈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큰 타격은 없었다. 4회까지 다시 범타 행진이었다. 5회 유일한 실점을 허용했다. 5회 선두타자 한동희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으며 첫 실점을 했다. 하지만 이후 흔들리지 않고 노진혁을 유격수 땅볼, 유강남을 2루수 땅볼, 황성빈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풀어갔다.
6회에도 안권수를 우익수 뜬공, 안치홍을 중견수 뜬공, 렉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어간 고영표.
7회가 다소 위기가 될 수 있었다. 7회초가 끝난 뒤 롯데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응원가였던 ‘부산갈매기’를 떼창했다. 공식 응원가로 지정을 하면서 사직구장의 아이덴티티를 부활시켰다.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는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맞았다. 5회 한동희에게 피홈런을 맞은 이후 첫 선두타자 출루였다. 그러나 고영표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피칭에 집중했다. 고승민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한동희를 투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노진혁을 3구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이날 모든 임무를 마쳤다.
최고 140km의 투심(33구), 체인지업(32개), 커브(13개), 슬라이더(1개), 포심(1개)을 골고루 구사했다. 고영표의 역투는 사직구장이 준비한 축제를 잠재울 만큼 위력적이었고 신들렸다.
경기 후 고영표는 “올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는데, 스타트를 잘 끊었고 결과도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리는 단계였기에 완투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라면서 “오늘 경기 최대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가며 유리한 카운트를 가져가기 위해 공격적으로 임했던 것이 잘 통한 것 같다. 또, 야수들이 뒤에서 수비로 많이 도와준 덕분에 마운드에서 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