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2022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LG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그 결실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아워게임: LG트윈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1, 2화에서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가 다뤄졌고 3, 4화는 스프링캠프와 두산 베어스와의 어린이날 더비가 주제다. 아워게임은 이후 8화까지 공개가 될 예정이다.
아워게임을 제작한 권지훈 PD는 “야구를 보기는 봤지만 콘텐츠를 만들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부터 ‘쇼미더머니’,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콘텐츠' 등 팬덤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는데 야구팬들도 아이돌 팬이나 게임 팬들 못지않게 열성적이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아워게임을 제작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KBO리그는 최근 다큐멘터리 제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야구장에서 볼 수 없는 구단과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2월부터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부터 길게는 11월까지 진행되는 포스트시즌까지 모든 과정을 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권지훈 PD는 “원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했는데 그런 프로그램들은 길어도 6~8개월 정도였다. 그런데 야구는 정말 시즌이 길더라. 촬영시간만 1년이 넘었고 후반작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021년 맨 처음 기획을 할 때 언제 공개를 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니까 내후년 이맘때 할 수 있더라. 이렇게 긴호흡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적이 없어서 걱정도 됐다”라고 말했다.
LG는 지난 시즌 87승 2무 55패를 기록하며 구단 역대 최다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 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아워게임은 1, 2화에서 어떻게 보면 LG 2022시즌의 하이라이트이자 아픈 기억일 수 있는 플레이오프를 먼저 다뤘다.
권지훈 PD는 “시즌이 끝나고 나서 우리가 많은 고민을 했다. 다큐가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상황이라서 팬들이 다큐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하더라. 우리도 팬클럽의 입장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 정말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오프를 마지막에 배치하기 보다는 앞에 배치하기로 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하정우씨도 제일 열받았던 때로 돌아가보자고 하시더라. 팬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콘텐츠적으로 봤을 때도 가장 앞부분에서 다루는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워게임은 배우 하정우가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됐다. 하정우는 실제로 오랫동안 LG를 응원해 온 팬이다. 1화에서 하정우가 LG 팬의 심정으로 분노를 토로하는 장면은 많은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하정우씨가 대변하는 멘트를 하는데 너무 잘받아주셨다”라고 말한 권지훈 PD는 “본인도 조금은 열 받아서 그러신 것 같다. 대사의 절반 정도는 애드리브으로 하셨다. 우리가 써준 멘트는 3~4마디 정도였는데 나머지를 전부 애드리브로 채우셨고 우리가 바로 OK를 했다. 진짜 팬들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렇게 보여줘야하는 것이 맞다”라며 웃었다.
아워게임은 LG의 2022시즌을 생생하게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도 LG 구단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까지 팬들에게 보여줘야하기 때문이다.
권지훈 PD는 “사실 구단에서는 김현수 선수가 고참으로서 약간 꼰대처럼 보이는 장면이나 어린 선수들이 갈팡지팡하고 서툰 판단을 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했다. 그렇지만 결국 구단에서도 결단을 내려줬다. 사실 작년 LG가 정말 좋은 시즌을 보냈다. 2위를 했고 역대 최다승도 거뒀다. 이런 기록이 빛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잘했는지만 이야기해서 반쪽짜리 콘텐츠가 되는 것보다는 진실하게 다루는 것이 좋겠다고 구단에서도 판단을 해줬다”라고 결단을 내려준 LG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선수들의 결단이 필요했다. 권지훈 PD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하면서 선수들에게 카메라 브리핑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우리가 이런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좋은 장면도 있고 나쁜 장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분들이 정말 장시간 회의를 했고 결국 동의를 하셨다. 아무래도 선수들은 잘못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를 했다. 직접적으로 ‘악마의 편집’을 하면 안된다고 하시는 선수도 있었다. 우리가 ‘쇼미더머니’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감독님도 ‘슈퍼스타K’를 총괄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더 불안해하시더라”라며 웃었다. 이어서 “선수들에게 사실이 아닌 부분을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며 실패했던 서사도 좋은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할 능력이 있다고 어필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워게임은 LG를 다룬 다큐멘터리지만 다른 야구팬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권지훈 PD는 “사실 LG를 조명했지만 전략이나 분위기는 타구단들도 다 비슷하다. 결국에는 이 다큐멘터리가 야구의 로직을 다루는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콘텐츠 공개 이후에 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에 또 야구 야큐멘터리를 만들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권지훈 PD는 “내부적으로는 한 번 더 만들면 더 잘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있다. 또 도전을 해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144경기가 넘는 시즌을 8부작으로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넣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서 “공식입장은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KIA나 롯데 같은 또 다른 인기팀을 다루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이번에는 LG를 했으니까 다음에는 두산을 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 같은 경기장을 쓰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많았다”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왜 첫 에피소드부터 플레이오프를 다뤄서 PTSD가 오게 하냐는 말도 들었다”라며 웃은 권지훈 PD는 “시즌을 치르면서 잘했던 경기도 있고 선수들이 노력했던 부분도 있다. 다만 구단 유튜브처럼 즐겁게만 다루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뇌하고 그런 끝에 뭔가를 해낸 그런 뿌듯함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팬들이 원하는 2023년을 향한 희망도 뒷부분에 담았으니 애정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LG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