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라울 알칸타라, 최원준, 곽빈 카드를 모두 소진한 두산 선발진이 4선발 등판 경기서 민낯을 드러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서 라울 알칸타라-딜런 파일 원투펀치에 최원준, 곽빈으로 4선발을 구축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울 5선발 오디션을 개최했다.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한 투수 전부가 후보였고, 이 감독과 정재훈 투수코치는 최승용, 박신지, 김동주로 후보를 압축해 시범경기서 이들의 퍼포먼스를 확인하기로 했다. 5선발만 확실히 발굴하면 다시 선발 왕국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딜런이 스프링캠프 막바지 훈련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으며 골타박상 진단을 받은 것. 딜런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3월 7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귀국하지 못하고 호주에 남아 안정을 취했다. 이후 상태를 회복해 3월 12일 한국 땅을 밟았지만 골타박으로 인한 어지럼증 진단을 받으며 회복에 4주 소견을 받았다. 딜런은 나흘 전 이천 베어스파크에 합류해 훈련을 재개한 상태다.
두산은 딜런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선발 두 자리가 빈 채로 시범경기를 치렀다. 3대1 경쟁에서 최승용, 김동주, 박신지 가운데 1명이 탈락하는 서바이벌로 오디션이 바뀌었고, 이 감독은 이들 중 선발 경험이 가장 많고 시범경기 경기력이 안정적이었던 최승용을 4선발, 김동주를 5선발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5일 잠실 NC전에서 4선발 최승용이 마침내 첫 선발 등판에 나섰다.
국민타자의 믿음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승용은 이날 NC 타선에 난타를 당하며 1⅔이닝 10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8실점 조기 강판됐다. 1회 1사 1, 3루 위기는 막았지만 1-0으로 앞선 2회 1사 1, 2루서 김성욱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헌납한 뒤 계속된 1, 2루 위기서 대타 한석현-손아섭-박석민-오영수-김주원에게 충격의 5연속 적시타를 맞고 교체됐다. 두산은 3-9로 패배.
최승용은 2021 신인드래프트서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2년차인 2022시즌 48경기 3승 7패 5홀드 평균자책점 5.30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작년 스프링캠프서 ‘국보’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내가 더 이상 해줄 조언이 없다”라는 극찬을 받은 투수였다.
최승용은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호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이승엽 감독으로부터 4선발 보직을 부여받았지만 시즌 첫 등판에서 최악의 출발을 보이며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두산의 오는 6일 선발은 또 다른 오디션 참가자였던 김동주다. 김동주마저 흔들린다면 연패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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