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명물 중에 하나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악명 높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보스턴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 하지만 배지환(24)은 두려움의 대상을 홈런과 슈퍼캐치로 극복했다.
배지환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8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2회초 2사 후 캐넌 스미스-은지그바가 낫아웃으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뒤이어 등장한 배지환은 보스턴 선발 닉 피베타의 94.8마일(152.5km)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타구속도 102.1마일(164.3km)로 좌측으로 비행하던 타구는 그린몬스터 상단을 맞고 그라운드로 다시 넘어왔다. 그러나 타구는 홈런으로 선언됐다. 배지환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 이렇게 완성됐다.
놀라운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루수 자리에서 6회말 1사 후 라파엘 디버스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걷어내며 향후 호수비의 예고편을 보여줬다.
8회말 중견수로 이동한 배지환은 새로운 포지션에서 모두가 놀란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디버스의 타구였다. 좌중간 그린몬스터 쪽으로 향한 타구. 배지환은 이 타구를 끝까지 쫓아갔고 높이 점프한 뒤 그린몬스터에 기대며 타구를 건져냈다.
경기 후 피츠버그 데릭 쉘튼 감독은 “공수에서 그리고 누상에서는 물론 배지환이 경기 후반 보여준 수비는 정말 놀라왔다. 펜웨이파크에서 첫 홈런을 치는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다. 전체적으로도 정말 멋진 경기였다”라고 총평했다.
이어 “배지환이 펜웨이파크에서 중견수로 뛰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쉬운 수비가 아니었다. 우리는 배지환의 움직임이 정말 좋았다는 것을 얘기했다. 협동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얘기했고 우리 선수들이 그 부분이 강하다고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8회 슈퍼캐치에 감독은 물론 동료들까지 경악했다. 배지환의 옆에서 직접 슈퍼캐치를 지켜본 좌익수 브라이언 레이놀즈는 “배지환이 그 타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타구가 벽에서 튕겨져 나오는 것을 생각해서 백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가 공중에 떠서 벽에 기대어 타구를 건져내는 것을 봤다. 정말 인상적인 수비였다”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배지환의 머릿속에는 슈퍼캐치 보다는 홈런이 더 먼저 떠올랐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의하면 배지환은 “좌익수가 타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고 타구가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것이 그린몬스터를 넘기기를 바랐다”라며 홈런 순간을 되돌아봤다.
8회 슈퍼캐치에 대해서는 “그린몬스터는 정말 거대한 담장이다. 담장을 봤지만 나는 본능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그 타구를 잡아냈다”라고 설명하면서 홈런과 수비 중 어떤 플레이가 더 낫냐는 질문에 “홈런이 더 좋다. 나는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LB.com은 ‘배지환의 첫 홈런공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본래 생각이지만 경기 후 그의 라커룸에 자랑스럽게 얹어져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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