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8)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의 짜릿함을 맛봤지만 누군가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자신에 앞서 대타 홈런을 친 외야수 데이비드 달(29)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김하성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샌디에이고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샌디에이고는 개막 2연패 이후 3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MLB.com’에 따르면 경기 후 김하성은 “내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돼 달에게 미안하다”며 “달이 훌륭한 타격으로 동점 홈런을 만들었다. 그 기세를 이어가고 싶었다. 좋은 공을 칠 수 있었고, 끝내기 홈런을 칠 수 있었다”며 동료 선수를 배려하는 코멘트를 잊지 않았다. 달은 “지난 몇 년간 멀리서 파드리스를 지켜봤는데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그들의 일부가 돼 정말 감사하다”며 팀 승리에 기뻐했다.
9회말 김하성의 끝내기 홈런에 앞서 바로 앞 타자 달의 극적인 동점 홈런이 있었다. 3-4로 뒤진 채 맞이한 9회말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선두타자 호세 아조카 타석에 달을 대타 카드로 꺼냈다.
애리조나 마무리투수인 우완 스캇 맥거프에 맞춰 좌타자 달로 맞불을 놨다. 결과는 대성공. 달은 맥거프의 2구째 바깥쪽 86.8마일 스플리터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샌디에이고 이적 첫 안타이자 홈런을 9회 동점포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우투좌타 외야수 달은 지난 2016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데뷔했고, 2018~2019년 각각 16홈런, 15홈런으로 활약했다. 2019년에는 올스타에도 선정됐고, 2020년부터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2021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팀을 옮겼지만 반등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밀워키 브루어스,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시즌 후 워싱턴에서 방출된 뒤 샌디에이고와 마이너 계약했고, 시범경기에서 준수한 활약으로 개막 로스터에 들었다. 선발 우익수로 개막전에 출장했으나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고, 2일 콜로라도전도 1타수 무안타 이후 4회 교체됐다.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이날 대타 홈런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 2021년 5월1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맛본 홈런 손맛. 우여곡절 끝에 의미 있는 홈런을 친 달이었지만 김하성의 끝내기 홈런에 조금은 묻힌 감이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초이자 샌디에이고 구단 최초 기록을 합작했다. 8~9번 타자의 백투백 홈런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둔 팀은 샌디에이고가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이고, 샌디에이고가 타순에 관계 없이 9회 백투백 홈런으로 끝내기 승리한 것도 55년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달과 김하성의 합작품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