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보여줬던 핵심 유망주였던 만큼 구단도 애지중지 관리했다. 이닝이 대폭 늘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 연장선상으로 재활군에서 지난해 겨울부터 보강 운동에 집중했다. 그러나 ‘영건들의 데스노트’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2년차 파이어볼러 유망주 이민석(20)이 당분간 전열에서 이탈할 전망이다.
롯데 이민석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 팀의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러나 9회말 2사 후 김재호를 상대하던 과정에서 우측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자진 강판했다. 최고 152km가 넘는 구속을 뿌렸지만 이민석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이민석은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3일 오전, 구단 지정병원인 좋은삼선병원에서 1차 검진을 받았다. 롯데 구단은 "부산 좋은삼선병원에서 팔꿈치 부상에 대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1차 진단을 했으며 팔꿈치 손상 의심 소견이 나왔다"라며 "좀 더 명확한 진단을 위해 이번주 서울소재 병원에서 2차 진단후 담당의사와의 상의를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마운드 위에서 통증이 즉각 찾아왔고 곧바로 덕아웃에 트레이너를 호출했다. 얼굴을 찡그렸고 스스로 예후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결국 팔꿈치 인대 쪽 손상에 대한 의심 소견이 발견됐다.
지난 2022년 개성고를 졸업하고 롯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민석은 당장 보여준 성과가 아닌 잠재력으로 1차지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민석은 대천중 시절까지는 투타를 겸업했다. 외야수로 주로 많이 뛰었다. 투수로 본격적으로 전향한 시점은 개성고 입학 이후였다. 체격조건이 급격하게 달라지면서 투수로 가능성을 비췄고 가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지만 강속구만큼은 매력적이었다. 체격 성장이 안정될 때까지 투수로 등판하지 않았다. 2학년 때부터 투수로 등판했지만 이닝 수는 많지 않았다. 공식경기 기준, 2020년 7이닝, 2021년 15이닝만 던졌을 뿐이다. 이후 롯데에서 집중 관리를 받으면서 투수로 급성장했다.
어쨌든 경험이 필요했기에 이민석은 지난해 입단과 함께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경험을 쌓았고 불펜 투수로 역량을 기른 뒤 1군에 콜업됐다. 이미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 46이닝을 소화한 상태에서 1군에 올라왔다. 1군에서는 불펜 투수로 27경기 33⅔이닝을 던졌다. 지난해만 79⅔이닝, 약 80이닝 가까이 던졌다. 이민석 야구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시즌이었다.
투수로서 마인드는 물론 투구폼까지. ‘투수’ 이민석을 재정립하던 시기였기에 이 정도 이닝 소화는 필연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 미완의 투수가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따라올 수 있다. 80이닝이라는 최소한의, 그리고 절대적인 마지노선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선 2년과 비교했을 때 소화 이닝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여기서 떠올릴 수 있는 우려가 ‘버두리 리스트’였다. ‘버두치 리스트’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주장한 이론으로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이 이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던졌을 경우 이듬해 부상이나 부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론의 요지였다.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던 영건들을 공포로 몰아 넣기도 했던 리스트였지만 현재는 선수마다 다른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민석의 이닝 증가 수치는 ‘버두치 리스트’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구단도 이민석이 지난해 투수 전향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기에 시즌이 끝난 뒤부터 훈련조가 아닌 재활군으로 이동해 세심하게 관리했다. 피칭보다는 보강 운동에 중점을 뒀다. 조심스러웠지만 부상이나 통증의 징후는 없었기에 2023시즌을 준비하되,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했다. 괌 스프링캠프에서도 이민석은 여전히 재활군이었다. 이민석도 조급해 하지 않고 재활군 스케줄을 묵묵히 따랐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서 준비가 됐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까. 시즌 첫 경기에서 이민석은 팔꿈치 통증으로 강판됐고 자칫 시즌 아웃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추이는 지켜봐야 하지만 이민석의 예후는 좋은 편은 아니다. 롯데의 올 시즌 투수진 전력 구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