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신화 예감’ 이승엽호 첫 승 투수 “평생 남을 기록…내 이름 새겨서 좋다”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4.04 05: 50

두산 이승엽호의 역사적인 첫 승리투수는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도, 토종 에이스 최원준도 아니었다. 1군 경력이 2경기가 전부였던 육성선수 출신 최지강(22)이 행운의 구원승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최지강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2023시즌 개막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최지강은 9-10으로 뒤진 연장 11회초 1사 1, 2루 위기서 이병헌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작년 9월 2일 잠실 롯데전 이후 211일만의 1군 마운드였지만 최지강은 침착했다. 첫 타자 한동희를 2B-2S에서 슬라이더를 이용해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고승민 상대 2B-1S에 몰렸지만 또 다시 슬라이더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후 11회말 호세 로하스의 극적인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이 터지며 데뷔 첫 승이 확정됐다. 

두산 최지강 / backlight@osen.co.kr

이튿날 잠실에서 만난 최지강은 “10회까지 올라갈지 몰랐는데 11회부터 몸을 풀라고 하셨다.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 내 공을 던진 것 같다. 로하스 홈런이 나왔을 때 너무 좋았다”라며 “이승엽 감독님의 첫 승은 평생 남는 것이다. 거기에 내 이름을 새겨서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지강은 두산 팬들에게 아직은 낯선 투수다. 광주동성고-강릉영동대를 나와 2022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 첫해부터 1군서 기회를 받았지만 2경기 평균자책점 21.60(1⅔이닝 4자책)에 그쳤다. 이후 올해 또한 호주에 가지 못하고 이천에 남아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두산 최지강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04.02 / ksl0919@osen.co.kr
2군에서 착실히 몸을 만든 최지강은 시범경기서 마침내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4경기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임팩트를 남기며 개막 엔트리 승선의 꿈을 이뤘다. 그냥 단순히 가능성을 보여 1군에 등록된 게 아니었다. 이 감독은 “2군에서 좋은 보고를 받았다. 김강률의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최지강에게 필승조 역할을 부여했다. 
최지강은 “1군 콜업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할 거 하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고 생각하며 잘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기회를 빨리 주셨다. 잘 준비했으니 준비한 것만 보여주면 결과가 좋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됐다”라고 흡족해했다.
최지강은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거쳐 신인드래프트 지명이 아닌 육성선수로 프로선수가 됐다. 그렇기에 첫 승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는 “이렇게 빨리 첫 승을 할 거라고 전혀 예상 못했다. 선배님들이 잘 도와주셨고, 모든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신성현 선배님이 11회 마지막에 던진 공을 기념구로 챙겨주셨다”라고 감격했다.
최지강은 경기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서 첫 승을 올리며 효도를 제대로 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아버지께서 장어를 사주셨다. 부모님께서 되게 좋아하셨다.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라고 기뻐했다. 
개막전부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최지강은 “스피드가 잘 나오고, 컨트롤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이기는 상황에 나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 전에 이기는 상황에 믿고 쓰는 투수가 되겠다”라고 당찬 목표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