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코스에 다 던져” 투수 전향 3년 만에 원투펀치 낙점, 다 이유가 있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4.04 08: 41

3년 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선수를 2023시즌 원투펀치로 낙점한 롯데 자이언츠. 첫 등판을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균안(25·롯데)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100구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개막전 뼈아픈 연장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롯데에 값진 첫 승을 선물했다. 
개막전 선발을 맡은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5이닝 3실점)보다 안정적이었다. 1회 1사 2루, 3회와 6회 2사 2루 위기서 관리능력을 뽐냈고, 7회 2사 1, 2루에 처한 채 마운드를 넘겼지만 신인 이태연이 대타 신성현을 범타 처리하며 승계주자가 지워졌다. 나균안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동안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에게 환호가 섞인 기립박수를 받았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종료 후 롯데 선발 나균안이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4.02 / ksl0919@osen.co.kr

나균안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원래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1라운드 3순위 상위 지명을 받은 포수 유망주였다. 용마고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리며 당시 강민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2020시즌을 앞두고 개명(종덕→균안)과 함께 전격 투수 전향을 결심했다.
나균안은 2020시즌 퓨처스리그 15경기를 통해 투수를 익힌 뒤 이듬해 1군 마운드에 올라 23경기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해 선발, 롱릴리프, 필승조 등을 오가며 39경기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로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러나 나균안은 투수로는 1군에서 이제 갓 두 시즌을 소화한 새내기였다. 올해 선발 보직만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건데 2선발을 부여받았고, 실력으로 주위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롯데 선발 나균안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04.02 / ksl0919@osen.co.kr
어떤 장점이 있길래 투수 전향 3년 만에 2선발을 맡은 것일까. 나균안의 공을 받은 포수 유강남은 “커맨드가 너무 좋았다. 원하는 코스에 잘 던졌다. LG 시절 봤던 나균안보다 훨씬 더 좋은 투수였다”라며 “포크볼의 경우 각이 많이 떨어진다. 몸쪽 직구, 바깥쪽 직구, 커브, 커터 또한 완벽하다. 원하는 코스에 다 던질 수 있다. 캠프 때부터 좋다는 걸 느꼈지만 첫 경기에서 더 좋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배영수 투수코치 또한 “나균안은 원래 우리 2선발이었다. 원래 그랬다”라고 거듭 반복해서 말했다.
주위의 의문의 시선 또한 나균안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개막시리즈 2차전 투수로 박세웅 또는 찰리 반즈를 예상했겠지만 롯데의 선택은 나균안이었고,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나균안은 “시즌 들어가기 전부터 코치님이 2선발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런데 주위에서 ‘왜 나균안이 2선발이냐’라는 의문을 드러냈다고 하더라. 코치님은 내가 스스로 이를 증명하길 원하셨다”라며 “그런 말을 들으니 오기가 생겨서 더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고, 이는 좋은 경기로 이어졌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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