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악몽 같은 기억이 선명하다. 두 번 당할 순 없다.
개막전에서 어깨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33)의 상태에 한화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의 정형외과 두 곳에서 크로스 체크한 결과 투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근육에 미세 손상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고,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캐치볼로 복귀 준비를 시작한다. 선발 로테이션을 한두 번 건너뛰는 수준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부상이 재발하는 경우. 복귀 과정에서 아프지 않더라도 선수가 불안감을 느끼면 복귀가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화는 이 과정을 오래 기다리지 않을 계획이다. 스미스의 부상을 대비해 일찌감치 대체 외국인 선수를 리스트업하며 혹시 모를 상황을 준비했다. 예상보다 부상 시기가 너무 빨리 왔지만 단순히 후보를 추리는 수준이 아니라 교체시 영입 대상도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교체를 결정하는 순간 바로 움직일 수 있다.
한화가 이렇게 빠르게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1년 전 악몽을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4월16~17일 대전 LG전을 끝으로 나란히 부상으로 동반 이탈하는 악재를 맞았다. 둘 다 시즌 3경기밖에 던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최초 부상 때만 하더라도 킹험은 상완근 염좌로 2주 휴식 소견을 받았고, 카펜터는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낀 수준으로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킹험은 2주 휴식 후에도 공을 만지지 못했고, 카펜터도 복귀 날짜를 계속 미뤘다.
카펜터는 37일 공백기를 거쳐 5월25일 대전 두산전에 복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이튿날 통증 재발로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킹험 역시 6월1일 불펜 피칭 때 통증이 재발하면서 카펜터에 이어 방출됐다. 대체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는 각각 6월21일, 7월3일에야 첫 경기를 치렀다.
카펜터의 짧았던 복귀전 포함 한화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빠진 채로 4월18일부터 6월19일까지 두 달간 52경기 19승32패1무(승률 .373)로 추락했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이 유일한 5점대(5.27)로 선발 평균자책점은 5.99에 달했다. 선발 평균 이닝이 4⅓이닝에 그쳤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불펜으로 전해졌다. 대체 선수들이 왔을 때 이미 최하위가 굳어져 시즌이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96패(46승2무)를 당하며 창단 첫 해였던 1986년(.290) 이후 가장 낮은 승률(.324)로 마쳤다.
1년 전 이런 악몽 같은 일을 겪었기에 스미스의 부상은 한화 구단은 물론 팬들도 더욱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스미스는 커리어 내내 팔꿈치, 팔뚝, 사타구니, 옆구리, 손가락 등 여러 부위를 끊임없이 다쳤다.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부상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영입했지만 이렇게 개막전부터 터질 줄 몰랐다.
스미스가 빠르게 돌아와 건강한 모습으로 정상 구위를 보여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화는 즉시 교체 카드를 꺼낸다. 지난해를 반면 교사 삼아 두 번 기다리진 않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