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로 130억을 투자한 선수들이 나란히 하위 타선에 포진했다. 그리고 악바리 기질의 발 빠른 선수가 함께하고 있다. 더 이상 롯데에 ‘자동 삭제’ 이닝은 없을 듯 하다.
롯데는 그동안 상하위 타선에 극심한 편차가 있는 팀이었다. 국가대표급 상위타선은 남부럽지 않았지만 하위타선의 존재감은 평균 이하였다. 지난해 테이블세터 타율 2할9푼4리, 중심타선 타율 2할9푼3리로 모두 1위였다. 하지만 하위 타선(6~9번) 타율은 2할2푼8리로 전체 9위에 머물렀다.
테이블세터가 기회를 만들고 중심타선에서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하위타선의 침묵으로 득점이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분위기를 형성하는 빅이닝 연출에 한계가 있었다. 연결고리 자체가 헐거운 팀이었기에 짜임새도 떨어졌다. 9개 이닝 중 하위 타선이 들어서는 약 3차례의 이닝은 ‘자동 삭제 이닝’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상대 투수들이 한 템포 쉬어가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상위타선이 슬럼프에 접어들면 타선 전체가 심각한 내리막길을 탔다.
올해의 롯데는 달라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는 다르다’의 실체적인 버전이 바로 타선 배치였다. 래리 서튼 감독과 박흥식 타격 코치는 타선의 효율적인 구성을 일찌감치 고민했다. 이 고민이 가능했던 이유는 FA 시장에서 영입한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덕분이었다.
유강남과 노진혁은 롯데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포수와 유격수 자리를 채우기 위한 회심의 영입이었다. 그리고 타석에서는 두 자릿수 홈런에 OPS .750~.800이 충분히 가능한 생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공수에서 롯데의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선수들인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서튼 감독과 박흥식 코치는 이들의 자리를 하위타순에 배치했다. 7번 노진혁-8번 유강남의 타순이 꾸려졌다. 중심타선에 배치되어도 무리가 없는 선수들이 하위타선에 포진해 있기에 상대는 더 이상 롯데의 하위타선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선수가 조합이 되자 껄끄러운 타선이 완성됐다. 지난해 롯데의 신데렐라였던 황성빈이 9번에 포진했다. 롯데 라인업 내에서 가장 빠른 선수이자 상대 내야를 흔들 수 있는 황성빈이 9번에 들어서자 작전과 뛰는 야구까지 가능한 타선으로 변모했다. 무엇보다 악바리 기질로 상대를 피곤하게 하는 유형이었다.
두산과의 개막시리즈 2경기에서 노진혁-유강남-황성빈의 조합은 톡톡히 활약했다. 1일 개막전 4회 3득점 당시 노진혁이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6회에는 추가점을 이끄는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를 뽑아냈다. 유강남 역시 3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황성빈이 2타수 1안타 2득점 2볼넷에 희생타까지 기록, 현재 타선에서 가장 감이 좋은 리드오프 안권수까지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하게 했다. 비록 10-12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롯데의 득점 루트는 언제나 노진혁-유강남-황성빈이 끼어있었다.
비록 2일 경기에서는 나란히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미 존재감만으로도 롯데의 하위타선으 더 이상 쉬어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 개막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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