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을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 실전부터 김호령을 꾸준히 중견수로 기용했다. 시범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성범이 WBC 대표로 자리를 비운데다 돌아왔는데도 종아리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뛰지 못했다. 우익수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자리가 됐다.
김호령을 중견수로 내세운 이유는 세 살 어린아이도 아는 일이다. 수비력이 리그 최정상급이다. 2015년부터 이른바 '호령존' 수비로 눈이 높아진 팬들에게 소크라테스의 수비는 영 아니었다. 김호령의 타격이 신통치 않더라도 어떤 누구도 군말없는 기용법이었다.
김호령은 1~2일 SSG 랜더스와의 개막시리즈 2경기에서 7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안타는 2차전 4회 빅이닝의 단초였다. 무사 1,2루에서 절묘한 번트와 빠른 발로 1루에서 살아났다다. 홈까지 밟아 1득점도 했다. 김호령의 진가는 수비 하나에서 드러났다. 김감독이 집요하게 기용한 이유를 증명했다.
2일 SSG와 2차전. 8-3으로 앞선 5회말 수비 2사 1.2루에서 박성한 타석이었다. 김호령은 수비시프트상 타자의 위치에서 가운데 왼쪽에 서 있었다. 그런데 우중간 타구를 날렸다. 3루타성 타구였다. 치타같은 엄청난 스피드에 기막힌 다이빙을 했다. 타구는 정확하게 글러브에 채집됐다. 중계를 하던 캐스터는 "저런 수비를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김호령의 수비는 팀을 구했다. 9-5로 이기고 개막전 패배를 설욕했다. 1차전은 잔루 10개를 양산하며 1득점에 그쳤다. 만일 그 타구로 2실점을 했다면 5-8로 쫓긴다. 위기는 이어졌다. SSG의 장타력과 아직 100% 구축되지 않는 불펜의 힘을 생각하면 후반에서 리드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6점 차를 지키지 못하면 개막초반부터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1승1패와 2패는 엄청난 차이이다.
이의리는 엄청난 혜택을 누렸다. 만일 잡지 못했다면 주자 2명은 홈을 밟았다. 5이닝 1자책점(3실점)이 아니라 4⅔이닝 3자책(5실점)이었을 것이다. 당장 ERA가 1.80에서 5.79로 치솟았다. 또 추가실점 위기에 몰렸을 것이다. 강판됐다면 승리투수가 되지도 못했다. 당분간 김호령이 먹는 피자나 커피는 이의리가 쏘아야한다.
김호령은 매년 이런 수비를 보여준다. 동료들과 팬들은 슈퍼캐치를 보면서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올해도 수비 하나로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만루홈런도 투수의 무시무시한 볼 뿐만 아니라 멋진 수비도 팀과 동료를 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00번을 다시 돌려보더라도 질리지 않는 슈퍼캐치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