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구 삼성-NC전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중계진은 "야구가 아닌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리드오프 김지찬이 신들린 주루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현장 답사차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은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앞에서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6-6으로 앞선 삼성의 6회말 공격. 1사 후 김동엽과 이재현의 연속 안타로 1,3루 찬스를 마련했다. 김지찬이 세 번째 투수 하준영을 상대로 2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겼고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이재현은 2루에서 아웃됐지만 3루 주자 김동엽은 홈을 밟았고 김지찬은 빠른 발을 앞세워 공보다 먼저 1루에 도착했다.
계속된 2사 1루. 구자욱이 2루수 박민우와 우익수 박건우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1루 주자 김지찬은 혼신의 힘을 다해 2루를 거쳐 3루를 향해 폭풍 질주했다. 현역 시절 대주자 전문 요원 최초로 100도루 시대를 연 강명구 3루 주루 코치가 힘차게 팔을 돌렸고 김지찬은 홈까지 파고들었다.
타이밍상 아웃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김지찬은 포수 박세혁의 태그를 피하기 위해 왼팔을 뒤로 젖히고 오른팔로 홈베이스를 태그했다. 배병두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고 NC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8-6. 박재홍 MB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공이 먼저 도착했지만 굉장히 영리한 슬라이딩"이라며 "김지찬이 1점을 만들었다. 이건 아트"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지찬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안 힘들면 거짓말이다. 팬들이 응원해 주셔서 힘든 걸 잊어버릴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면서 "홈에 들어올 때 아웃 타이밍 같았는데 몸이 저절로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찬의 홈 쇄도 성공 뒤에 강명구 3루 주루 코치의 사인도 한몫했다. 그는 "3루 코치님께서 팔을 돌리셨는데 저도 솔직히 그 타구에 홈에 들어갈 거라 생각 못했는데 코치님 사인만 보고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이건 아트"라는 박재홍 해설위원의 찬사에 "아트까지는 아닌 것 같고 야구인 것 같다"고 자신을 낮춘 김지찬은 "슬라이딩 연습을 따로 안 한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날 김지찬의 신들린 주루 플레이는 과거 국제 무대에서 투지 넘치고 센스 만점의 베이스 러닝으로 팀코리아의 승리에 큰 공을 세웠던 정근우와 이용규를 연상케 하는 플레이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