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불펜에 강심장 루키가 등장해 개막시리즈를 지배했다. 데뷔전 삼진 2개를 포함 1이닝 삼자범퇴를 치르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에 등판해 소방수 역할을 하며 데뷔 첫 홀드까지 챙겼다.
롯데 신인투수 이태연(19)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개막 2연전 2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2경기 만에 감격의 첫 홀드를 기록했다. 팀의 2-0 신승을 이끈 값진 구원이었다.
이태연은 2-0으로 앞선 7회 2사 1, 2루 위기서 선발 나균안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긴박한 상황에서 신인을 올리는 과감한 교체 작전은 적중했다. 이태연은 대타로 나선 신성현을 만나 3B-1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140km 직구를 던져 3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나균안의 승계주자 2명 삭제와 함께 2점의 리드를 그대로 유지시키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순간이었다.
이태연은 충암고를 나와 2023 신인드래프트서 6라운드 5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1군 괌 스프링캠프로 향해 데뷔 시즌을 준비했고, 2차 캠프 합류가 불발됐으나 계속해서 몸을 착실히 만든 뒤 시범경기서 7경기 5이닝 무실점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2일 경기에 앞서 1일 개막전에서 성사된 프로 데뷔전 또한 강렬했다. 8-3으로 앞선 6회 선발 댄 스트레일리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태연은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 양의지를 좌익수 뜬공,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차례로 잡으며 스타 탄생을 예감케 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굉장한 활약이었다. 다리 역할을 기대하고 기용했는데 두산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아냈다. 선수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이라며 “이태연은 스프링캠프 때도 긴박한 상황에 기용을 해봤다. 나도 투수코치도 그를 향한 믿음이 있다. 이태연은 경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믿음에 보답했다.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4년 80억 원에 롯데 주전 포수가 된 유강남은 이태연의 담대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강남은 “(이)태연이 캠프 첫 투구를 내가 받았다. 그 때부터 디셉션이 상당히 좋다고 느꼈다. 아쉽게도 캠프에서 중도 하차했는데 시범경기 첫 등판을 또 내가 받았다”라며 “디셉션이 좋아서 타자가 구종을 미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늦을 확률이 높다. 변화구를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어서 직구를 더 살릴 수 있다. 신인이 만원 관중 앞에서 안 졸고 당당한 모습으로 던져서 난 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칭찬했다.
개막시리즈를 통해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이태연은 “야구하면서 이렇게 긴장한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보니 내 스타일대로 긴장 안 하고 잘 던질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며 “다음에는 세이브, 첫 승 공을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