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4)이 한화 이글스 신인타자 문현빈(19)에게 초구 직구를 던지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 한화의 시즌 개막전에서는 흥미로운 맞대결이 성사됐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과 한화 신인타자 문현빈이 투타 맞대결을 벌인 것이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30경기(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한 에이스다.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과 함께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탈삼진 2위(224)를 차지했다. 문현빈은 2023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11순위)로 지명된 신인 야수로 내야와 외야를 오가는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
안우진과 문현빈의 인연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2022 블루베리NFT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IC0412(백인천상)을 수상한 문현빈은 수상 소감으로 “앞에 계신 안우진 선배님과 꼭 맞붙어보고 싶다”라고 안우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안우진은 “내년에 문현빈 선수를 만나면 첫 타석에서는 무조건 삼진을 잡겠다. 초구는 직구를 던지겠다”라고 화답했다.
문현빈은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뒤 인터뷰에서 “그 때 안우진 선배가 초구는 직구를 주겠다고 하셨다. 진짜로 직구를 던질지는 모르겠지만 직구가 들어온다면 정말 열심히 승부를 해보겠다”라며 안우진과의 맞대결을 기대했다.
안우진과 문현빈이 처음 만난 것은 2회 무사 1, 2루 상황. 안우진은 초구로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를 던졌다. 문현빈은 스트라이트 존 바깥으로 벗어나는 슬라이더를 그대로 지켜봤다. 그 타석에서 문현빈은 안우진의 높은 직구에 방망이가 헛돌아가며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체인지업을 받아쳤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다.
안우진은 문현빈과의 맞대결을 회상하며 “공도 잘보고 이상한 공에 스윙이 나가지도 않는 것 같다. 선구안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타석에서는 내 직구가 좋아서 헛스윙 삼진이 됐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끈질기게 가다가 처음으로 던진 체인지업에 곧바로 반응해 정타로 컨택을 했다. 앞으로 잘할 것 같은 타자다”라고 칭찬했다.
약속대로 초구에 직구를 던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우진은 “그 때 초구 직구를 던지겠다고 말한 것은 기억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그런데 그 때는 위기 상황이라 경황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시범경기 때도 반응이 좋았다. 좀 더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약속대로 직구를 던졌을 것 같다. 형으로서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이어서 “다음에 주자가 없다면 제대로 붙어보겠다”라고 다음 맞대결을 기약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라서 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라고 안우진과의 맞대결 소감을 밝힌 문현빈은 “사실 초구에 직구를 던진다고 하셨지만 직구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 때 1, 2루 찬스였기 때문에 직구만 주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만나서 인사를 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해주셨다”라며 안우진의 사과를 받았다.
안우진과 맞대결을 하기 전 자신이 본 최고의 직구로 커크 맥카티(SSG)와 박영현(KT)의 공을 꼽았던 문현빈은 안우진과의 맞대결 이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안우진 선배의 직구가 지금까지 본 직구 중에 최고인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문현빈은 안우진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안우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곧바로 3루타를 터뜨리며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문현빈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선두타자로 나섰기 때문에 어떻게든 출루를 하려고 했는데 타구가 좋은 코스로 갔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프로야구 커리어를 시작한 문현빈은 “항상 그라운드에서 전력질주를 하는, 다치지 않고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내걸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