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주전 포수 양의지를 향해 감독이 아닌 야구계 선배로서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양의지는 지난달 30일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양의지는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국가대표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해서 아쉬웠다”라며 “베테랑들이 더 잘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아쉽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할 때”라고 태극마크를 내려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10년부터 주전 안방마님이 된 양의지는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밤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 2023 WBC에 잇따라 출전해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2023 WBC 전까지만 해도 양의지는 국제대회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3할대의 KBO리그 통산 타율과 달리 국제대회 통산 성적은 타율 1할6푼9리(83타수 14안타) 1홈런으로 상당히 저조했다.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도 주전 포수 중책을 맡았으나 타율 1할3푼6리(22타수 3안타)로 침묵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이번 WBC는 달랐다. 첫 경기 호주전과 일본전 홈런을 비롯해 3경기 타율 4할(10타수 4안타) 5타점 OPS 1.455 맹타를 휘두르며 국내용 타자라는 오명을 떨쳐냈다. 대표팀 타선은 양의지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정적 순간 한방이 돋보였다. 하지만 양의지의 활약에도 대표팀은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양의지는 2023 WBC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 또한 양의지의 국가대표 은퇴 소식을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은 “선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라며 “그 동안 국가대표를 해오면서 베테랑으로서 희로애락을 모두 느꼈을 것이다. 거기다가 마무리를 힘들게 했다. 나도 2013년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지만 태극마크 반납은 선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다”라고 양의지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국민타자 출신인 이 감독은 더 나아가 양의지의 은퇴가 대표팀 세대교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기원했다. 이 감독은 “국제대회 엔트리에 베테랑이 많다는 건 그만큼 새얼굴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항상 새 얼굴을 원한다. 신구 경쟁이 이뤄져야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프로야구 또한 어린 선수들이 입단해서 선배들과 경쟁 구도를 펼치는 게 야구 발전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3시즌에 앞서 4+2년 152억 원에 친정으로 복귀한 양의지는 향후 최대 6년 동안 소속팀 두산에만 전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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