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대호’ 한동희(롯데)가 결정적 순간 타격감을 되찾았다.
롯데 차세대 4번타자 한동희에게 지난 1일 개막전은 악몽과도 같았다. 은퇴한 이대호의 뒤를 후계자로 지목받으며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연장 11회까지 가는 동안 7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물론 롯데는 4번타자의 침묵에도 대거 10점을 뽑았다. 그러나 ‘한동희가 터졌다면…’이라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롯데는 연장 11회 접전 끝 10-12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한동희는 2일 잠실 두산전에 4번에서 두 계단 떨어진 6번으로 출전했다. 타순이 하락했지만 사령탑의 신뢰는 그대로였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어제 타석에서 좋은 어프로치를 보여줬고, 단지 컨택 과정에서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또 한동희를 6번으로 내린 건 전준우(4번)가 오늘 선발투수(최원준)에 과거 잘 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초반 한동희의 방망이는 여전히 무뎠다. 2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두산 선발 최원준의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5회에는 선두로 등장해 2루수 뜬공에 그쳤다. 개막전을 포함 9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포스트 이대호라는 별명에 부응하지 못했다.
세 번째 타석은 달랐다. 0-0으로 맞선 7회 1사 1, 3루 찬스서 등장, 최원준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높은 슬라이더(125km)을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롯데는 결국 두산을 2-0으로 꺾고 개막전 역전패를 깔끔하게 설욕했다.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포스트 이대호가 결정적 순간 깨어난 덕분이었다.
한동희는 경기 후 "2023년 첫 승에 기여해서 기쁘다. 어제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 경기 부담은 크게 없었다. 전준우, 정훈 선배님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시즌은 길고 어제 경기는 그저 시즌 한 경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신 걸 듣고 타석에 들어서 마음이 편했다. 중심타자로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그게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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