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에서 양 팀 모두 에이스를 내고도 연장 11회까지 난타전을 펼쳐야했던 두산과 롯데. 그런데 2선발이 출격한 2차전은 예상과 달리 명품 투수전이 전개됐다.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 롯데의 개막 2연전 2차전. 개막전부터 연장 11회 4시간 43분 혈투를 펼친 두 팀은 2차전을 책임질 선발투수로 최원준(두산)과 나균안(롯데)을 각각 예고했다. 전날 투수 소모가 많았던 터라 두 선수 모두 긴 이닝 소화라는 중책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최원준은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다. 2017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1차 지명된 그는 팔꿈치 및 두 차례의 갑상선 수술을 딛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섰다. 최동현에서 최원준으로 개명 이후 2020년 데뷔 첫 10승을 시작으로 2021년 12승, 2022년 8승을 차례로 거두며 토종 에이스 타이틀을 얻었다. 이승엽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주저 없이 최원준을 2선발로 낙점했다.
나균안 또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나균안은 원래 2017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은 포수 유망주였다. 용마고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리며 당시 강민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결국 2020시즌을 앞두고 개명(종덕→균안)과 함께 전격 투수 전향을 결심했다. 나균안은 2021년부터 1군에서 투수로 2시즌 통산 62경기에 나선 뒤 올 시즌 선발진 한 축을 맡았다.
최원준, 나균안 7회까지 마운드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최원준은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안정감을 앞세워 7이닝 5피안타 1사구 2탈삼진 2실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작성했다. 6회까지 득점권 위기는 4회 안치홍의 2루타로 처한 무사 2루가 전부였고, 7회 전준우, 고승민, 한동희(2루타)에게 3타자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 없이 투구수 96개로 7이닝을 책임졌다.
나균안의 투구도 환상적이었다. 전날 12점을 뽑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6⅔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1회 1사 2루, 3회와 6회 2사 2루 위기서 관리능력을 뽐냈고, 7회 선두 김인태의 볼넷, 이유찬의 안타로 2사 1, 2루 위기에 처한 채 신인 이태연에게 마운드를 넘겼으나 이태연이 대타 신성현을 범타로 막아내며 승계주자가 지워졌다. 나균안은 마운드에서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동안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최원준과 나균안 두 토종 에이스가 일요일을 맞아 잠실구장을 찾은 23750명의 만원 관중에게 명품 투수전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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