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쓰기에는 아까운 능력이다. 한 시즌만 뛰고 일본으로 돌아가야하는 안권수(30)가 롯데 데뷔전에서 친정 두산에 비수를 제대로 꽂았다.
안권수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개막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6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 1득점 활약을 펼쳤다. 비록 팀은 연장 11회 접전 끝 끝내기패배를 당했지만 안권수는 한 경기로 주전 리드오프 입지를 굳혔다.
1회 삼진, 2회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개막전 분위기를 익힌 안권수는 1-3으로 뒤진 4회 1사 만루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1B-1S에서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3구째 152km 강속구를 노려 좌익수 앞으로 타구를 보냈다.
안권수의 진가는 마지막 정규이닝에서 다시 드러났다. 8-9로 뒤진 9회 1사 3루 찬스서 두산 마무리 홍건희의 초구 직구를 공략해 1타점 동점 3루타로 연결했다. 경기 종료가 아닌 연장 승부를 알린 순간이었다. 안권수는 이후 11회 1사 후 7구 끝 볼넷을 골라낸 뒤 잭 렉스의 1타점 적시타 때 득점까지 올렸다.
안권수는 재일교포 3세 출신 야구선수다.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일본 독립리그, 실업리그서 야구를 하다가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프로의 꿈을 이루고자 2019년 8월 개최된 2020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오디션을 봤다. 그리고 신인드래프트서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았다.
입단 후 2년 동안 교체 자원이었던 안권수는 두산 3년차인 지난해 마침내 76경기 타율 2할9푼7리 20타점으로 잠재력을 터트렸다. 특유의 주루 센스와 악바리 근성을 앞세워 한때 정수빈, 김인태를 밀어내고 베어스의 리드오프 및 주전 유격수를 꿰차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작년 12월 보류선수 명단에서 안권수를 전격 제외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역이다. 재일교포 병역법에 의해 안권수는 최대 올해까지 KBO리그에서 뛸 수 있다. 그 이후 현역을 연장할 경우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이에 두산은 선수와 직접 면담을 갖고 보류선수 제외에 합의했다.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아쉽지만 결별을 택했다.
그런 안권수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였다. 1년만 쓰는 한이 있더라도 외야 및 테이블세터 보강을 위해 안권수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안권수는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서 12경기 타율 5할7푼1리 6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개막전에서 상승세를 그대로 이었다.
사령탑의 안권수를 향한 신뢰는 두텁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안권수가 캠프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석에서의 어프로치가 상당히 좋고, 좋은 컨택 능력을 갖고 있다. 출루도 잘해줄 수 있는 선수”라며 “개막전 상대가 두산이라서 안권수를 1번으로 기용한 게 아니다. 다른 팀과 만났더라도 안권수는 1번타자를 맡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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