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스 줘야죠!” 첫 승 기념구까지 양보…국민타자 데뷔전, 마무리까지 아름다웠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4.02 09: 35

과정은 극적이었고 마무리는 아름다웠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잊지 못할 데뷔 첫 승을 거뒀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 짜릿한 12-10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데뷔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맛봤다. 
승리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1회 먼저 3점을 뽑고도 믿었던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4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고, 이어 올라온 김명신, 이형범마저 제구 난조를 보이며 3-8로 뒤진 채 7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7회 이유찬의 희생플라이, 로세 로하스의 적시타, 김재환의 3점홈런을 묶어 동점을 만들었고, 8회 이유찬의 절묘한 스퀴즈번트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었다.

첫 승 기념구를 거머쥔 두산 이승엽 감독 / backlight@osen.co.kr

두산은 9회 마무리 홍건희의 난조로 다시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그리고 11회초 위기서 잭 렉스에게 적시타를 허용, 9-10으로 끌려갔다. 두산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정수빈-허경민 90듀오가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밥상을 차린 뒤 로하스가 문경찬의 초구를 공략해 짜릿한 끝내기 역전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4시간 43분 장시간 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었다. 
연장 11회말 무사 1,3루에서 두산 로하스가 끝내기 스리런포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2023.04.01 /jpnews@osen.co.kr
이승엽 감독은 “힘들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목이 다 쉬었다. 한 경기가 너무 길었다”라고 웃으며 “사실 승리한 것보다 5점 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산의 힘을 느껴서 좋았다. 역전, 재역전을 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조금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연장에서 승리했다. 일반적인 승리와는 다른 기분이다. 정말 의미 있는 승리다”라고 데뷔 첫 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두산 구단은 경기 후 1루 더그아웃에서 이승엽 감독의 첫 승을 기념하는 작은 축하 행사를 열었다. 이 감독은 두산 박정원 구단주의 격려를 받은 뒤 꽃다발을 들고 두산 선수들에 둘러싸여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두산 팬들 또한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이 감독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선수 때보다 더 좋다. 물론 선수 때도 끝내기 홈런을 치면 좋았고 동료가 잘하면 좋았지만 지금은 뭔가 애틋한 마음이 든다. 동료가 아닌 스승과 제자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더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첫 승을 거두며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3.04.01 /jpnews@osen.co.kr
그러나 첫 승의 기쁨도 잠시 이 감독은 연장 승부까지 펼치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며 쓴소리를 날렸다. 이 감독은 “이겼지만 반성할 부분도 많다. 선두타자 볼넷이 오늘만 5개 나왔다. 또 볼넷이 10개가 넘었다. 11회 실점도 이병헌 선수가 두 번째 타자한테 볼넷을 주면서 나왔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라며 “실수를 줄여나가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출루를 자꾸 허용하면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경기 후 이 감독의 첫 승이자 로하스의 첫 홈런 기념구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경호 업체가 외야에서 로하스의 홈런공을 잡은 팬에 양해를 구하며 공이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첫 승 기념구는 로하스를 줄 것이다. 로하스도 첫 홈런이다. 난 내일(2일) 두 번째 승리에서 받으면 된다”라고 활짝 웃어 보였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이보다 완벽하고 극적인 지도자 데뷔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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