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실패. 하지만 추신수(41·SSG 랜더스)의 야구를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추신수는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KBO리그 개막전에서 1회 선두타자 홈런 한 방을 포함해 2볼넷 1타점 1득점으로 팀의 4-1 승리에 이바지했다.
1회초 선발 김광현이 1실점을 먼저 했지만 추신수가 1회말 곧바로 KIA 선발 숀 앤더슨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날리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추신수는 시범경기 기간 타율 3할8푼5리 1홈런 2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KBO리그 입성 첫 해인 2021년, 팔꿈치 수술로 인해 뒤늦게 캠프에 합류한 2022년과 다르게 올해에는 처음부터 온전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시즌 준비가 잘 됐다. 추신수는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부터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까지 잘 보낸 결과 “첫 2년은 이런저런 이유로 정말 급했는데, 올해에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쉬어갈 시간도 있었고 마음이 편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간 듯하다”고 말했다.
캠프때부터 여유를 갖고 잘 준비했고 시범경기 기간 좋은 타격감은 2023시즌 1호 홈런 주인공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날 홈런보다 추신수의 발야구에 관심이 쏠렸다.
추신수는 7회에 과감한 주루 플레이도 시도했다. 팀이 2-1로 앞서던 상황이었다.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 상대 투수는 선발 앤더슨이 내려가고 김기훈이 구원 등판했다.
추신수는 볼넷을 골랐고 이후 최지훈, 최정까지 볼넷을 고르면서 밀어내기로 1점 더 달아난 상황. 추신수는 3루까지 갔다.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는 한유섬.
한유섬이 김기훈의 3구째까지 2스트라이크 1볼로 맞선 상황. 김기훈의 4구째에 3루에 있던 추신수가 홈스틸을 시도했다. 타이밍은 아웃, 그리고 공식 아웃카운트는 한유섬 삼진이 됐다. 그렇게 이닝이 종료됐다.
결과는 큰 의미없는 시도가 됐지만, 추신수가 타석과 누상에서 순간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과 판단을 내려고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추신수의 홈스틸은 단독 시도였다.
그는 “내가 대담하게 했으면 좋을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너무 생각이 많았다. 어차피 스트라이크(삼진)이긴 했지만, 야구를 하며 처음 시도 해보는 플레이였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당시 상황을 되돌아봤다.
이어 추신수는 “왼손 투수에 왼손 타자였고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어서 많은 생각을 해봤다”며 ‘성공했다면 한국 야구 최고령 홈스틸 성공이다’는 얘기에 “한국 야구 역사 써보려고 했는데 안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길을 찾아보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생각한다. 추신수는 지난 2년 동안에도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경기 중에는 어떻게 움직이고 생각하는게 좋을지 귀감이 되고 있다.
추신수가 KBO리그에 입성한 첫 해에는 상대의 극단 시프트에 기습 번트로 안타를 만들기도 했다. 왼손 타자 추신수가 당겨치는 것을 대비해 상대 내야진이 2루, 1루 쪽으로 쏠리자 공간이 생긴 3루 쪽을 보고 번트를 댄 것이다.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시도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극단적 시프트에 어떻게든 강하게 때려서 뚫어보려고 한다. 추신수는 타자가 살아나갈 방법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이다.
최고령 선수도 이렇게 타석과 누상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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