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깜짝 놀란 활약이었다. 하지만 배지환(24)은 준비된 재능이었고 그 사실을 개막전부터 보여줬다.
배지환은 지난달 31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2023시즌 개막전에 8번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의 활약을 펼쳤고 팀도 5-4로 승리했다
올해 피츠버그의 주전 2루수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내야수 로돌포 카스트로의 몫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데릭 쉘튼 감독의 택한 개막전 2루수는 배지환이었다.
그리고 배지환은 자신의 재능을 모자람 없이 모두 펼쳐 보였다. 모두가 놀란 것은 당연했다. 이날 배지환은 161km의 평균 구속을 자랑하는 강속구 선발 헌터 그린을 시종일관 흔들었다.
3회 첫 타석에서 2루수 쪽으로 흐르는 절묘한 기습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투수 앞에서 큰 바운드로 튀어 올랐고 그 사이 1루에 도달했다. 4회에는 그린의 초구 99.2마일(159.6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측 선상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기습적인 3루 도루까지 감행해서 성공시켰다.
4-4 동점이던 8회에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2루 도루에 성공, 한 경기 2도루를 기록했다.
결국 배지환의 도루 이후 오스틴 헤지스의 희생번트, 오닐 크루즈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왔고 배지환은 홈까지 밟았다. 5-4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모두가 놀랐지만 배지환은 언제나 주루플레이에 자신감이 있었다. 데이터도 과거부터 배지환의 발을 주목했다. 지난해 MLB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배지환의 스프린트 스피드는 초당 29피트(약8.83m)로 빅리그 전체 상위 10%에 해당했다.
배지환은 이미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스피드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었고 이 지점을 최고의 능력이라고 평가 받았다.미국 스포츠매체 ‘CBS스포츠’는 ‘배지환은 8번 타순에 있었지만 피츠버그의 모든 공격의 중심이었다’라며 ‘베이스에 도착할 때 자신의 스피드를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MLB.com’ 피츠버그 담당 저스티스 델로스 산토스 기자는 ‘배지환은 단타, 2루타, 볼넷으로 3번 출루해 도루 2개를 성공했다. 쉘튼 감독은 2루에서 누가 뛸 것인지에 대해 매치업과 경쟁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지환은 엄청난 첫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배지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스피드업 규정에 따라 견제 횟수가 제한되면서 발 빠른 주자들에게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두 번의 견제만 허용되고 3번째 견제가 실패하면 주자는 자동으로 진루할 수 있다. 즉 스피드라는 확실하고 의미있는 툴을 가진 배지환에게 날개를 달 수 있는 규정인 셈이다. 여기에 부상 방지를 위해 베이스 크기도 커진 만큼 주자들에게 더 유리해졌다.
단 1경기지만 배지환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했고 앞으로 이 가치가 더 높아질 이유도 증명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가장 역동적인 선수로 배지환은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