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두산)은 풀타임 2년차인 올해 우리나라 최고의 포수 양의지(두산)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러나 작년 신인왕을 함께 이룬 박세혁(NC) 또한 그에게는 여전히 최고의 포수로 남아 있다. 정철원은 1군 정착에 도움을 준 박세혁에 고마움을 표하며 올 시즌 투타 맞대결에 기대를 드러냈다.
2018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정철원은 현역 복무를 거쳐 지난해 5월 혜성처럼 등장, 빠른 적응과 함께 셋업맨 한 자리를 꿰찼다. 어떤 상황에서도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가운데에 뿌리며 김태형 전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데뷔 시즌 최다 홀드(23홀드)라는 신기록으로 이어졌다. 정철원은 이에 힘입어 KBO 시상식에서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정철원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 뒤에는 지난해까지 두산 주전포수를 맡았던 박세혁의 든든한 리드가 있었다. 박세혁은 칭찬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정철원을 향해 늘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그 결과 정철원은 자신의 공과 박세혁의 사인을 믿고 힘차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정철원은 “아무래도 데뷔 시즌을 (박)세혁이 형과 함께 해서 그런지 아직은 볼배합이 세혁이 형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양)의지 선배가 왔어도 세혁이 형이 가끔 그립다”라며 “세혁이 형은 늘 내게 최고라고 해주셨다. 공을 받아본 투수 중에 제일 좋다고 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투구할 수 있었다”라고 NC로 이적한 박세혁을 그리워했다.
이제 박세혁을 그라운드에서 만나려면 NC와 맞대결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박세혁은 작년 11월 4년 46억 원에 NC와 FA 계약하며 이적을 택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오는 4~6일 잠실에서 이른바 양의지-박세혁 더비인 두산과 NC의 주중 3연전이 잡혔다.
정철원은 “(박)세혁이 형과 상대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금 궁금하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던 포수라 형이 날 너무 잘 알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조금 불리한 입장이다. 내 공을 잘 칠 것 같다”라고 웃으며 “두산에 있을 때도 형이 타석에 내 공을 다 칠 것 같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나도 뭔가 그럴 것 같은데 맞대결 결과가 궁금하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정철원은 프로답게 스프링캠프와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통해 양의지라는 새로운 포수 선배를 만나 케미를 발전시켰다. 정철원과 양의지는 두산이 배출한 신인왕 배터리 듀오이기도 하다. 정철원은 “(양)의지 선배와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 대표팀도 같이 다녀오다 보니 더 그럴 시간이 많았다”라며 “가장 놀랐던 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볼배합을 보여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신임 감독은 일찌감치 9회 마무리 홍건희에 앞서 8회를 맡을 셋업맨으로 정철원을 낙점했다. 지난해 신인왕과 국가대표 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정철원은 “5점 차로 이기고 있든 5점 차로 지고 있든 감독님께서 마운드에 올려주신다면 책임감을 갖고 공을 던질 것이다. 10점 차로 이기고 있어도 책임감을 가질 것이다”라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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