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외국인 투수가 개막을 코앞에 두고 연락이 두절됐다. 2년 계약을 맺은 상태인데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팀 전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주니치에서 활약한 쿠바 출신 우완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26)가 파문의 주인공이다. 지난달 중순까지 쿠바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로드리게스는 당초 29일 일본에 입국하기로 했지만 예정된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난 31일 주니치 구단이 로드리게스와 소식불통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남미 야구전문매체 ‘베이스볼FR’을 통해 로드리게스가 쿠바를 떠나 도미니카공화국에 있으며 미국으로 망명해 메이저리그 계약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이다.
쿠바 정부의 승인을 받아 주니치와 계약하며 일본에 진출한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시즌 후 2년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풀타임 불펜으로 보직 변경 후 56경기(54⅔이닝) 6승2패39홀드 평균자책점 1.15 탈삼진 60개로 활약하며 최우수 중간 계투 상도 받았다. 최고 161km 강속구가 주무기.
지난달 WBC에서도 쿠바 소속으로 2경기를 선발로 나서 7⅓이닝 10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2.45로 호투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주니치와 2년 계약이 된 상태에서 로드리게스는 쿠바를 탈출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심했다.
주니치로선 2년 계약을 했는데 연락도 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될 상황에 놓였다. 쿠바야구연맹도 난감하다. 쿠바 국적 선수가 일본 팀과 계약할 때 이를 허가해준 연맹이 계약의 20~30% 일정 금액을 받아 정부에 귀속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쿠바야구연맹은 로드리게스에 1000만 달러 위약금을 청구하고 나섰다. 메이저리그에서 5000만 달러 이상 계약이 예상되는 로드리게스로선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로드리게스가 돌아오지 않으면 주니치만 선수를 잃게 된다. 일본야구기구(NPB)도 중간에서 조율할 수 있는 게 없다. 이하라 아쓰시 NPB 사무국장은 로드리게스 문제에 대해 “말할 게 없다. 구단과 쿠바 당국, 선수의 3자 계약이라 NPB 사무국에서 어떻게 할 수 없다. 3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까지 3년간 주니치에서, 최근 WBC 쿠바 대표팀에서 로드리게스와 함께한 포수 아리엘 마르티네스(니혼햄)는 ‘주니치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시즌 직전에 전력이 없어진 주니치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여러 사람이 고생하고 있다”며 친정팀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쿠바에는 언젠가 미국에서 야구하고 싶은 꿈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로드리게스도 그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내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보였다.
이어 마르티네스는 “로드리게스는 조금 충동적인 면이 있다. 생각나는 대로 행동에 옮긴다. 주변에서 실력을 인정했고, ‘너라면 미국에서도 통한다’면서 농담으로 말하곤 했는데 설마 이렇게 행동으로 옮길 줄은 몰랐다”면서 로드리게스의 충동적인 기질도 이번 사태의 한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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