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투수 김서현(19·한화)이 퓨처스(2군) 팀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앞으로 10년 미래를 책임져야 할 선수인 만큼 한화는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다듬어간다. 투수 뎁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기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하다.
2023시즌 KBO리그가 4월1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10개 구단 개막 엔트리를 공개했다. 10개 구단 28명씩, 총 280명의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등록됐는데 그 중 신인이 14명이다. 지난 2008년 15명 이후 가장 많은 신인들이 개막부터 1군에서 시작한다.
SSG 투수 송영진, 이로운, 키움 투타겸업 김건희, 포수 김동헌, 내야수 이승원, LG 투수 박명근, KT 내야수 류현인, 손민석, KIA 투수 곽도규, 삼성 투수 이호성, 롯데 투수 이진하, 이태연, 외야수 김민석, 한화 내야수 문현빈 등 두산과 NC를 제외한 8개 구단에서 모두 신인을 1명 이상 개막 엔트리에 넣었다.
한화의 전체 1순위 신인 김서현이 빠진 건 다소 의외라 할 만하다. 김서현은 시범경기에서 5경기(5이닝) 홀드 3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80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고 158km 강속구로 최고 유망주다운 재능을 뽐냈지만 한화는 김서현을 개막 엔트리에 넣지 않고 퓨처스 팀이 있는 서산으로 보냈다.
예고된 결정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지난주 김서현에 대해 “아직 신인이고, 급할 게 전혀 없다. 1군에서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재목이지만 선수 미래를 위해서라도 착실한 육성 과정이 필요하다”며 “엄청난 재능을 가진 유망주일수록 프로 초반에 보수적으로 써야 한다. 야구는 생각 이상으로 멘탈이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시범경기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볼넷을 1개씩 허용하며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볼넷과 몸에 맞는 볼 2개를 더해 3사사구에 폭투까지 나오며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구위는 지금 당장 1군에서도 톱클래스이지만 제구나 주자 견제에 있어 약점을 드러냈다. 변화구도 아직 완벽하진 않다. 신인이기 때문에 1군 선수들을 상대로 아직 부족한 점이 노출되는 게 당연하다. 성적 부담이 덜한 퓨처스리그에서 실전을 소화하며 다듬은 뒤 1군 데뷔를 노린다.
예년 같았으면 절대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하지만 한화는 불과 1년 사이에 투수진 뎁스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김서현과 같은 우완 불펜투수로 기존 장시환, 주현상, 강재민, 윤산흠과 함께 FA와 트레이드로 각각 합류한 이태양과 한승혁이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선발 후보로 준비했으나 불펜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한승주까지 우완 불펜 자원만 7명이나 된다. 당장 김서현을 1군에서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풍족해진 마운드 뎁스가 신인 육성을 위한 시간도 벌어주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