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오타니 쇼헤이(29)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소속팀 LA 에인절스의 현실을 봤다. 개막전 역대 최초의 불운을 겪었다.
오타니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벌어진 2023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선발등판, 6이닝 2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100.7마일(162.1km) 강속구에 바깥으로 날카롭게 휘는 스위퍼를 앞세워 1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잡아냈다. 유일한 위기였던 4회 1사 2,3루에서 연속 탈삼진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오타니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만 해도 에인절스가 1-0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첫 개막전 승리 요건을 갖췄지만 1점차 불안한 리드를 불펜이 지키지 못했다. 7회 지미 허겟이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지만 8회 올라온 애런 루프가 시작부터 에스테우리 루이즈에게 안타, 토니 켐프에게 중월 1타점 2루타를 맞아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 오타니의 선발승이 날아갔다. 그 순간 덕아웃에서 한숨을 크게 내쉬는 오타니의 모습이 중계 화면이 포착됐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에인절스는 라이언 테페라로 투수를 바꿨지만 알레디미스 디아즈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1-2로 역전을 당했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 1사 후 레이스 렌기포가 볼넷으로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은 에인절스는 개막전을 1-2 뼈아픈 역전패로 마무리했다.
오타니로선 역대급 불운이었다. ‘MLB.com’ 사라 랭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역대 26번째 투수. 그런데 이 기록을 세운 투수의 팀이 패한 것은 오타니의 에인절스가 최초다.
아울러 오타니는 8회 2사 2루에서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걸어나갔다. MLB.com에 의하면 개막전에서 투수가 고의4구로 출루한 것도 지난 1923년 더치 루더 이후 100년 만의 기록이었다. 그해 4월18일 브루클린 로빈스 소속이었던 루더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14이닝 5실점(3자책) 완투하면서 타자로 8회 2사 2루에서 고의4구로 나갔다.
이날 오타니는 투수로 최고 구속 100.7마일(162.1km), 타자로 최고 타구 속도 111.6마일(179.6Km)을 찍었다. 투타에서 이날 경기 최고 속도를 뿜어내며 개막전 역대급 기록도 두 개 세웠지만 팀 패배에 오타니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역전패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공격을 했다고 생각한다. 득점권까지 잘 갔는데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추가 득점이 필요했다”며 난조를 보인 불펜보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타선을 꼬집었다. 이날 에인절스 타선은 5안타 4볼넷으로 9번 출루했지만 단 1득점에 그쳤다. 득점권에서 6타수 1안타로 침묵하며 잔루 7개를 남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