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30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찬 각오와 기대감으로 웃음꽃이 피어야 할 자리였지만 이날 참석한 감독, 선수,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최근 야구계는 웃을 일이 없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기 탈락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입에 담기 민망한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롯데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방출됐고, 장정석 KIA 단장이 박동원(LG)과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 해임됐다.
겨우내 손꼽아 기다렸던 야구 개막을 코앞에 두고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미디어데이 현장에선 “죄송하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다.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은 자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미디어데이 현장에 추첨으로 초대된 410명의 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선수들부터 감독까지 진심 어린 반성과 극복 의지를 보였다.
WBC 대표팀을 다녀온 이정후(키움)는 “시즌을 앞두고 좋지 않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팬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하다.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운동장 밖에서의 생활도 프로다워야 한다. 앞으로 선수들 하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강백호(KT)도 “팬분들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많이 아쉽지만 선수들이 WBC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좋은 경기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창모(NC) 역시 WBC를 돌아보며 “저 때문에 뭔가 다 꼬인 느낌이다. 실전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자책하며 “부족함을 느꼈고,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국민 유격수’로 불렸던 박진만 삼성 감독도 “앞으로 더 많은 국제대회가 있는데 한 팀의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갖겠다. 앞으로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게 같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팬들 앞에서 약속했다.
이날 미디어데이 내내 감독과 선수들은 팬들이 야구장을 계속 찾아주기를 반복해서 말했다. 일련의 일들로 실망했을 팬들이 야구를 외면하지 않길 한마음 한뜻으로 바랐다.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경기력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