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가 모두 마무리 된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의 그라운드는 조용하지 않았다. 고승민의 끝내기 투런포로 시범경기 유종의 미를 거둔 롯데였다. 시범경기 꼴찌를 달리든 팀은 시범경기 막판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홀가분하고 후련한 퇴근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고 퇴근을 하던 시간, 그라운드에는 다시 배팅 케이지가 설치됐다. 시범경기 동안 타격감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이 몇몇 선수들이 걸어 나왔다. 베테랑 정훈(36), 그리고 올해 프리에이전트(FA)로 합류한 노진혁(34)과 유강남(31)이 경기 후 배팅 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유니폼을 갈아입지 않은 이들은 40여 분간 특타를 하고 철수했다.
정규시즌을 앞둔 위기감과 부담감, 그리고 책임감이 퇴근 시간을 늦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노진혁은 시범경기 타율 1할이 채 되지 않는다. 27타수 2안타, 타율 7푼4리에 불과하다. 막판 7경기에서는 안타가 없었다. 유강남은 그래도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타격감이 괜찮았다. 하지만 막판 4경기에서 9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어떻게든 타격 페이스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해 퇴근시간까지 미루면서 특타를 진행했다.
유강남은 4년 80억 원, 노진혁은 4년 50억 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의 단점을 단번에 채워줄 영입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이들의 활약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시즌의 자화자찬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결국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일단 괌 스프링캠프부터 적응 과정은 순탄했고 기대 이상이었다. 강도 높은 훈련량도 군말없이 모두 소화했다. 경기 후 특타, 내야 엑스트라 훈련 등을 자처했다. 거액의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책임감은 고된 시간들을 당연하게 여기게끔 했다.
이러한 거액 FA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은 서튼 감독도 흡족하게 한다.
그는 "캠프 내내 베테랑 선수들이 솔선수범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행동을 지속해서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곧 개막이다. 롯데의 운명을 책임질 130억 FA 듀오의 굵은 땀방울은 결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