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33)의 고백으로 야구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침묵으로 지킬 수 있었지만 그것도 각오했다. 미움받을 용기를 선택했기에 박동원의 고백은 더 용감하게 느껴진다.
개막을 앞둔 KBO리그는 잇따라 추문에 휩싸이고 있다. 전 롯데 투수 서준원은 미성년 대상 성 비위 혐의로 구단에서 방출됐고 불구속 기소되면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시즌 중, FA 자격을 얻는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KIA는 해당 사실은 인지한 이후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소명을 들었지만 불명예 해임을 시켰다.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요구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박동원은 지난해 KIA에 트레이드로 합류했다. 장 전 단장의 주도로 이뤄졌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내야수 김태진이라는 만만치 않은 출혈도 했다. 예비 FA였지만 KIA는 박동원 잔류를 염두에 두고 출혈을 감수했다. 하지만 박동원은 시즌이 끝나고 KIA에 남지 않고 LG로 떠났다. KIA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지만 이를 뿌리쳤다.
KIA에 남을 수 없었던 이유가 이번에 알려진 셈이다. FA 계약 과정도 아닌 시즌 도중에 두 차례나 박동원에게 거액의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한 행위에 대한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부터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다. 형-동생을 넘어서 사제지간까지 형성됐다. 가볍게 오고 갈 수 있는 대화가 아니었기에 박동원은 녹취를 했고 7개월의 고민 끝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알렸고 KIA 구단주에게도 메일을 보내서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다.
얽히고 설킨 야구계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선후배 사이다. 박동원과 장정석 전 단장이 알고 지낸 10여 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에도 수많은 인연들이 함께하고 있다. 장정석 감독의 아들 장재영은 키움 히어로즈 현역 선수다. 그렇기에 박동원의 고백은 다른 야구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했냐’, ‘조용히 넘어갈 수 있지 않았냐’, ‘이미 지난 일을 왜 다시 들먹이냐’는 등의 수근거림이 박동원 주위를 맴돌 것이다. 안 그래도 바람 잘 날 없는 야구계에서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야구계에서 박동원의 행보를 속으로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동원은 기꺼이 ‘미움받을 용기’를 선택했다. 야구계 선배로서 후배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또한 프리에이전트(FA)라는 제도가 있음에도 여전히 ‘을’의 입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은 “박동원이 팀을 옮긴 뒤에도 계속 고민을 해왔는데 자신은 KIA를 나갔지만 그 사람(장 전 단장)이 팀에 있는 한 제2, 제3의 케이스가 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대로 있으면 앞으로 피해를 볼 사람들이 또 있을 테니 KIA 구단주실에 에 이메일을 보내며 신고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랜 고민 끝에 용기를 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동원에게는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하지만 야구계 전반을 건강하게 만드는 내부고발이라면 모두가 그의 용기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그의 용감한 고백이 박수를 받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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