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투수 장재영에게 장정석 전 KIA 단장은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을 것이다. 장 전 단장은 프로야구 선수부터 시작해 매니저, 운영팀장, 감독을 거쳐 단장까지 오르는 성공신화를 쓴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가 선수와의 계약 과정에서 사리사욕을 앞세우며 불명예스럽게 야구판을 떠났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9일 오전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을 결의했다. KIA 구단은 “장 단장이 지난해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에 받은 뒤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장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장 단장은 지난해 박동원과의 연장 계약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KIA 구단은 사태가 넥센 프런트 시절부터 박동원과 친분이 두터운 장 단장이 ‘좋은 계약을 해보자’라는 농담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박동원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취를 직접 확인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따르면 장 단장은 박동원에게 최소 두 차례의 금품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우리가 녹취록을 오픈하지 않은 건 그 분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의 사리사욕이 부른 초유의 사태다. 프런트 수뇌부인 단장이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후진성 짙은 사건은 좀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통신이 발달한 정보화시대에서는 더욱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번 파문 또한 선수의 녹취가 있었기에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었다. 심지어 장 단장은 선수 출신 단장이다. 야구계 후배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며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아울러 장 단장은 KIA 프런트 수장이기 이전에 프로야구 선수를 아들로 둔 아버지다. 그것도 아들이 평범한 선수가 아닌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만 누릴 수 있는 1차 지명을 받으며 입단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장 단장의 장남인 장재영은 덕수고를 나와 2021 신인드래프트서 키움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했다. 입단 계약금 9억 원을 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지난 2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올 시즌 키움의 5선발로 낙점된 상황이었다.
부자가 KBO리그에 함께 있기에 각자 행실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칫 한쪽의 행동으로 나머지 한쪽까지도 피해를 보거나 오해를 살 수 있다. 피로 맺어진 혈육 관계이기에 좋은 일이 있으면 스토리가 한없이 미화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세상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진다. 또한 보통은 사건사고가 일어날 경우 철없는 아들의 행실에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아버지가 비위를 저지르며 미래가 창창한 아들에게 폐를 끼치고 말았다.
장재영은 데뷔 3년차를 맞아 마침내 알을 깨고 날개를 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리사욕을 앞세운 무책임한 행동으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단장 이전에 야구판에 아들을 둔 아버지였기에 장 단장은 FA 협상 테이블에서 탐욕을 조금은 죽일 필요가 있었다. 함께 야구판에 있는 아들에게도 끼칠 영향을 생각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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