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 일본인 좌완 투수 기쿠치 유세이(32)이 인상적인 봄을 보냈다.
기쿠치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 6회 4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2⅔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며 무실점 퍼펙트로 위력투를 펼쳤다.
6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정리한 기쿠치는 최고 95.5마일(153.7km) 포심 패스트볼(14개) 외에도 슬라이더(11개), 커브(10개), 체인지업(2개)을 고르게 섞어 던졌다. 결정구 슬라이더로 4개의 삼진을 뽑아냈고, 하이 패스트볼로 잡은 삼진도 2개 있었다.
이로써 기구치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7경기(6선발) 등판, 2승1패 평균자책점 0.87의 기록을 남겼다. 20⅔이닝 동안 9피안타 10볼넷 1사구를 내줬을 뿐 삼진 31개로 세부 내용도 좋았다. WHIP 0.92, 피안타율 1할3푼에 불과했다.
시범경기 전체로 봐도 최고 투수였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35명 중 유일한 0점대 평균자책점. 탈삼진과 함께 2개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이번 봄 가장 위력적인 투수가 됐다.
지난해 3월 토론토와 3년 3600만 달러에 FA 계약한 기쿠치는 기대 이하 모습으로 ‘먹튀’ 꼬리표가 붙었다. 지난해 32경기(20선발) 6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다. 100⅔이닝 동안 삼진 124개를 잡았으나 볼넷 58개를 허용해 9이닝당 5.2개에 달했다. 8월 중순부터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도 바뀌었다. 그러나 구원으로도 평균자책점 4.91로 눈에 띄는 반등은 없었다.
하지만 토론토 이적 2년차가 된 올해 인상적인 시범경기를 보내며 부활을 예고했고, 마지막 남은 5선발 자리를 확정했다. 내달 5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 시즌 첫 등판한다. 토론토는 개막전 선발 알렉 마노아를 필두로 케빈 가우스먼, 호세 베리오스, 크리스 배싯 그리고 기쿠치로 5인 로테이션이 구성됐다. 1~4선발은 확정적이지만 5선발이 미지수였는데 기쿠치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토론토는 FA 4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한국인 좌완 류현진이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이로 여름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토론토로 트레이드돼 선발로 기용된 우완 미치 화이트도 1월에 오른쪽 어깨 충돌 증후군에 이어 팔꿈치 염증으로 개막 합류가 불발됐다. 두 선수가 돌아오기 전까지 기쿠치가 5선발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