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51) 한화 감독은 지난해 11월 축구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 현장에서 한국을 응원해 화제가 됐다. 당시 대전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출국한 수베로 감독은 집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월드컵이 열린 카타르를 찾았고, 한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직관했다. 태극기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SNS로 인증하면서 명예 한국인으로 떠올랐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축구도 좋아하는 수베로 감독은 “원래 브라질 경기를 보려고 했는데 한국 경기가 있는 것을 알고 현장에서 직접 티켓을 구했다. 경기장에서 많은 한국 분들이 ‘한화 이글스 감독이다’며 나를 알아봐줘 같이 응원했다”고 웃으며 떠올렸다.
태극기를 어떻게 구했는지 묻자 그는 “경기장 입구에서 한국 분들이 나눠준 것을 받았다. 아내와 아들, 딸도 같이 봤는데 전부 태극기를 들고 한국을 응원했다”며 “가족들도 1년의 대부분 시간을 나와 같이 한국에서 보냈다. 우리 가족이 한국을 응원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월드컵에서 한국 사랑을 증명한 수베로 감독. 어쩌면 올해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2020년 11월 한화의 제12대 감독으로 선임된 수베로 감독은 올해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지난 2년간 한화는 10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3년 연속 최하위로 오랜 암흑기가 이어졌다.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만 15년을 지내 선수 육성에 도가 튼 수베로 감독이지만 한화에서 리빌딩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거의 모든 젊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며 성장을 유도했지만 미국보다 눈치를 많이 보고 결과에 압박을 받는 선수들의 심리, 문화를 이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해에는 뚜렷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며 구단 역대 최다 96패 불명예를 썼다. 계약 기간 1년이 남은 수베로 감독의 거취도 불안했지만 재신임을 받았고, 겨우내 FA 및 트레이드로 대대적인 전력 보강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시범경기부터 1위(9승3패1무). 수베로 감독도 이기는 야구를 자신하고 있다.
성적에 포커스를 맞추는 시즌이지만 수베로 감독의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선수 관리다. 지난 2년간 척박한 팀 전력에도 불구하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축 투수를 아끼거나 부상 선수 복귀를 늦췄다.
수베로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선수들을 계속 관리할 것이다. 문동주는 올해도 이닝 관리가 있을 것이고, 김서현도 신인이니 급할 게 없다. 선수 미래를 보겠다”며 “계약 마지막 해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당장 성적보다) 선수 미래를 위해 보호하고 관리하는 원칙을 고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야구인으로서 계속 지켜온 철학이고, 그건 첫 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한화 미래를 위해 할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