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이 부른 파국이었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악재가 터졌다. 장정석 KIA 타이거즈 단장이 잔류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구단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삭하고 29일 오전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최종결정했다.
양측은 작년 시즌 도중 다년 계약을 포함한 잔류 협상을 차렸다. 그런데 아무도 생각치 못한 상황이 빚어졌다. 협상 테이블에서 장 단장이 뒷돈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박동원측은 장 전 단장의 음성이 담긴 내용을 녹취했다. 선수협회를 통해 구단 쪽에 녹취파일을 보냈다. 구단은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장 단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구단은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박동원측이 녹취파일을 보낸 것은 고의성이 있는 요구로 인식했다는 의미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녹취파일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단은 아무리 농담이어도 해서는 안되는 언급이었다고 엄중하게 인식하고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조치를 내렸다. 따로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머리를 숙였다. 클린베이스볼 센터는 조만간 경위를 파악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십 수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스승과 제자가 파국을 맞이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장 단장은 넥센 감독 시절 호텔 성폭행 의혹 논란이 벌어졌을 때 포수 박동원을 대신해 사과했다. 관리 책임이 있는 스승으로 제자를 보듬는 모습이었다.
KIA 단장으로 부임해 작년 4월 말 키움에서 KIA로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내야수 김태진에 현금 10억 원과 신인 지명권까지 주었다. KIA 취약 포지션있던 포수에 박동원만 있으면 가을야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키움에서는 백업이었던 박동원도 트레이드를 크게 반겼다. FA 자격을 앞둔 터라 KIA 주전으로 공을 세우면 좋은 조건으로 계약도 가능했다. 팀도 5강행에 성공해 서로 웃는 해피엔딩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잔류협상은 결렬됐고 박동원은 KIA를 떠나 LG와 계약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녹취파일을 신고했고 장 전 단장의 해임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있을 수 없는 부적절한 요구가 협상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장 전 단장은 진위 여부를 떠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야구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모두가 웃을 것 같았던 트레이드는 과욕과 함께 잔인한 파국으로 끝났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