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출신 단장의 충격적인 비위 사실에 야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KIA는 29일 오전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50) 단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결의했다. 지난해 KIA에서 뛴 FA 포수 박동원(LG)과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받은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박동원 측이 이와 관련한 녹취 파일을 구단에 보냈고, 장 단장은 사의를 표명한 뒤 소명자료를 보냈다.
KIA 구단은 지난주 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KIA는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른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장정석 전 단장은 선수 출신으로 감독과 단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지난 1996년 현대에 입단해 2004년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2005년 현대 1군 기록원을 시작으로 프런트 생활을 했다. 히어로즈로 팀이 바뀐 뒤에도 1군 매니저, 운영팀장을 맡아 구단 살림을 책임졌다.
2016년 10월에는 히어로즈 감독으로 깜짝 선임됐다. 현장 코치 경험이 없는 최초의 프런트 출신 감독으로 화제가 됐다. ‘바지 감독’이라는 외부의 달갑지 않은 시선 속에 첫 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2년차 플레이오프 진출, 3년차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지도력을 입증했다.
데이터 기반 선수 운영 및 관리 능력을 보여줬지만 준우승에도 키움과 재계약이 불발된 장 전 단장은 2년간 해설위원으로 호평을 받았고, 2021년 11월 KIA 단장으로 선임됐다. 특급 FA 나성범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로 박동원을 데려오는 등 공격적인 전력 보강으로 KIA가 4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하는데 힘썼다.
1군 감독과 단장을 모두 역임한 야구인은 박종훈 전 한화 단장, 염경엽 LG 감독, 양상문 전 롯데 감독, 손혁 한화 단장 그리고 장 전 단장까지 5명에 불과하다. 현장과 프런트 양쪽에서 모두 역량을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야구인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비위 행위로 그동안 쌓은 커리어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동안 KBO리그에 선수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구단 실무 최고 책임자가 이런 일에 얽힌 적은 없었다. 과거 히어로즈가 현금 트레이드로 뒷돈을 챙긴 게 2018년 뒤늦게 발각되고, 이장석 구단주가 횡령 및 배임으로 영구실격 처분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야구인 출신 프런트가 야구 후배인 선수 상대로 금품 요구 의혹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프런트 전문화를 기치로 내건 야구인 단장 시대에도 큰 흠집이 났다. 잔뼈 굵은 야구인 출신 프런트들을 시작으로 감독 출신 인사들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전문성을 인정받고 영역을 넗혀왔는데 이번 사건이 제대로 먹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