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을 잡으면 공략하기 힘든 공들의 연속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김진욱(21)이 정규시즌을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에서 완벽한 피칭을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진욱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팀의 6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⅔이닝 1피안타 1사구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기록했다. 정규시즌을 앞둔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다시금 기대감을 품게 했다.
이날 시범경기 최종전, 롯데는 나설 수 있는 선발 자원이 없었고 불펜 데이를 펼쳐야 했다. 김동우 진승현 이진하 문경찬 김도규에 이어 7회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욱의 1군 시범경기 등판은 지난 19일 LG전 이후 9일 만이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는 24일 2군 연습경기 한화전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감각을 조율했다.
1군 마운드로 다시 돌아온 김진욱은 이전과 달리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연신 꽂아넣기 시작했다. 앞선 4경기에서 볼넷 5개를 허용했고 19일 LG전에서는 볼넷 3개를 헌납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은 여전했다.
올해 불펜 보직을 받았고 1군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좌완 불펜 투수였다. 무난히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고 패스트볼 구위를 극대화 하는 날을 구단은 마냥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신인 좌완 태연이 시범경기 7경기 5이닝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김진욱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유망주가 영원히 유망주이자 기대주일 수는 없었다. 배영수 코치는 “1군은 리빌딩 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지론을 꾸준히 설파했다. 1군에서 마냥 유망주에게 기회만 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김진욱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김진욱은 “상동에서 밸런스를 찾으면서 코치님과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28일)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도 ‘네가 스스로 증명을 해라. 여기는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정신을 들게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진욱의 투구는 완벽했다. 스트라이크가 제대로 꽂혔다. 제구력 불안은 없었다. 7회 선두타자 김석환을 삼진, 이창진을 2루수 땅볼, 변우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8회에도 류지혁을 2루수 땅볼, 신범수와 이우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다. 타자들과 싸우지 못하고 자기 자신과 싸우던 모습이 사라졌다. 어쨌든 맞춰잡는 모습으로 빠르게 이닝을 풀어갔다.
다만 3이닝 째인 9회 김규성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최정용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홍종표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김석환에게 사구를 허용했다. 투구수가 많아지자 다소 흔들렸다. 이후 신정락으로 교체됐지만 김진욱의 가능성, 그리고 1군에서 경쟁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등판은 분명했다. 21개를 던진 패스트볼은 최고 147km를 기록했다. 슬라이더(7개), 커브(3개), 체인지업(1개)을 구사했다. 33개의 공을 던지면서 스트라이크는 21개일 정도로 비중이 좋았다.
어쨌든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김진욱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구속과 구위는 더 이상 검증이 필요없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그 작업을 수행해야 비로소 1군 레귤러 멤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잠시 방향했지만 정규시즌을 앞두고 다시 각성했다. 과연 김진욱은 올해 알을 깨고, 기대주로만 머물지 않고 도약하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