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도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처럼 수비상이 생겼다. KBO는 지난 27일 제2차 이사회를 통해 수비의 가치를 인정하고, 리그 수비 기량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KBO 수비상(가칭)을 신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KBO리그의 수비력 저하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총 720경기에서 실책 1130개가 쏟아졌다. 실책 숫자만 보면 역대 통틀어 가장 많았고, 경기당 평균(1.57개)으로도 2000년대 최다 기록이었다. 지난 1996년(1.69개) 이후 26년 만에 최다 실책의 해였다.
강팀들의 잔치인 가을야구 큰 경기에서도 실책 파티가 계속됐다. 포스트시즌 총 16경기에서 실책 34개로 경기당 평균 2.13개나 나왔다. 16경기 중 무실책은 2경기뿐으로 양 팀 도합 4실책이 3경기로 더 많았다.
지난 2012년 경기당 평균 1.17개로 역대 최소 실책 시즌을 보낸 KBO리그는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10년 사이 실책의 리그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2015년부터 10구단 체제가 시작되고, 144경기 장기레이스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리그 수준의 하락이 꾸준하게 지적돼 왔다.
실책 증가는 한국 야구의 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타격은 7번 실패해도 괜찮지만 수비는 1번만 실패해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수는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나오면 실력이고, 리그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장의 코치들은 하나같이 기본기 부족을 입 모아 말한다. 그런데 아마추어에서도 할 말이 있다.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으로 훈련 시간이 극히 부족한 터라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수비보다 타격 훈련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타격이 좋아야 스카우트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수비보다 타격에 비중을 두는 풍토는 아마추어만의 일은 아니다. 프로도 다를 게 없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던 김하성(샌디에이고)도 “한국에선 타격을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미국에 와보니 타격은 타격, 수비는 수비대로 분야를 나눠 평가하는 게 다르더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수비를 잘하더라도 방망이가 약하면 좋은 대우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말로는 수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돈이 되는 것은 타격이니 선수들은 갈수록 수비를 등한시한다. 이런 상황을 야구계에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허구연 KBO 총재도 지난 1월 신인 오리엔티에션에서 새내기 선수들에게 인사말을 하며 “어떻게 저런 수비를 하지 싶은 플레이가 자주 나온다. 야구인으로서 낯 뜨거울 때가 많다”며 “(아마추어 야구에서) 충분히 연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핑계 삼지 않고 수비에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야구계에서도 수비력 저하를 두고 내부 비판과 위기 의식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KBO도 리그 발전 차원에서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와 다른 별도의 수비상을 만든 것이다. 허구연 총재가 해설위원 시절부터 제안한 수비상이 올해 드디어 제정됐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각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가 있다.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실버슬러거와 따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부터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까지 포함해 각 리그 10명씩 총 20명이 뽑힌다. 30개 구단 감독과 코치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선정돼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도 베스트나인과 별도로 수비력만 평가한 골든글러브 상이 있다.
KBO는 수비상 후보, 수상자 선정 방법을 추후 실행위원회에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순수 수비력으로 평가한 KBO 공식 수비상이 앞으로 선수들의 인식 개선과 한국 야구 수비력 향상의 밑거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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