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잘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매년 봄 시범경기를 할 때마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이렇게 말한다. 말 그대로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결과 자체는 아무런 의미 없다. 전력으로 싸워 경기를 이기는 것보다 선수들을 두루 체크하면서 시즌 준비에 집중하는 시기다.
지난 1983년부터 코로나19로 생략된 2020년을 제외하고 2022년까지 총 39번의 시범경기가 열렸는데 실제 순위와 뚜렷한 경향성이 드러나진 않는다.
시범경기 1위팀이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것은 7차례인데 꼴찌를 한 것도 8차례로 비율이 엇비슷하다. 포스트시즌 진출과 탈락도 각각 23차례, 24차례 거의 같다. 확률상 반반이니 시범경기 성적이 의미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100경기 이상 치르는 정규시즌에 비해 경기수가 적은 시범경기는 표본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10경기 미만으로 치러진 시범경기도 18번이나 된다. 최소 10경기 이상 소화한 21번의 시범경기를 기준으로 잡으면 정규시즌 순위와 약간의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이 기준으로 시범경기 1위가 우승한 것은 3차례로 1992년 롯데, 2002년 삼성, 2007년 SK가 있다. 반대로 꼴찌를 한 것도 3차례인데 1997년 롯데, 2006년 LG, 2017년 KT가 있다. 우승과 꼴찌 확률은 같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준으로 잡으면 시범경기 1위의 가을야구 확률이 올라간다. 시범경기 1위를 한 24개 팀 중 포스트시즌 진출은 모두 15개 팀으로 탈락한 9개 팀보다 6개 팀이 더 많다. 확률상 62.5%로 꽤 높은 편이다.
올해 시범경기 13경기에서 9승3패1무 승률 7할5푼으로 1위를 차지한 한화가 5강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화는 2년 전인 2021년에도 시범경기 1위였지만 그때는 7경기(6승1패)밖에 하지 않았다. 당시와 비교해 경기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FA로 합류한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 이명기 등 베테랑 선수들과 1~2년차 문동주, 김서현, 문현빈 등 젊은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내부 경쟁이 강화됐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년 전과 비교하면 선수단이 훨씬 성숙해졌다. 이렇게 베테랑 리더십이 강한 적이 없었다. 베테랑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을 리드하고 있다는 게 가장 다르다. 물론 다른 팀보다 우리가 조금 더 풀전력으로 하긴 했지만 새로 영입한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전체적인 뎁스가 강화됐다. 누가 2군에 가더라도 아쉬울 것이다”며 달라진 전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반대로 시범경기 최하위 팀의 시즌 성적은 어땠을까. 10경기 이상 기준으로 총 20개 팀 중 포스트시즌 진출은 5개 팀으로 가을야구 탈락 확률이 75%에 달한다. 그 중 5개 팀은 실제 시즌도 최하위로 마쳤다. 올해 시범경기 최하위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키움(4승9패1무). 시범경기 내내 5회 전후로 주축 선수들을 대거 교체하며 힘을 빼고 한 키움이라 팀 성적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지난 확률은 키움의 고전을 예고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