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3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투수 세르지오 로모(40)가 청춘을 바친 곳에서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
로모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 최종전에 7회 구원등판했다. 외야 불펜에서 로모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들이 환호했다.
이날은 로모의 예고된 은퇴 경기였다. FA 신분이었던 로모는 지난 19일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그로부터 9일 만에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친정팀 샌프란시스코 선수들과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졌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배려 속에 마지막 인사 기회를 얻은 로모는 선두타자 코너 카펠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를 범했다. 라이언 노다의 좌전 안타로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카를로스 페레즈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했지만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로모의 마지막을 위해 전성기 시절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했던 전 외야수 헌터 펜스가 투수 코치 대신 마운드에 올라갔다. 헌터의 모습을 본 로모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펜스는 관중들을 향해 양팔을 흔들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펜스와 포옹을 나눈 뒤 선수들과 관중들의 기립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간 로모는 모자를 벗어 화답했다. 덕아웃에서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을 비롯해 동료 선수들과 포옹을 나눈 뒤 다시 덕아웃 앞에 나와 관중들에게 커튼콜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MLB.com’에 따르면 로모는 “모든 것에 감사하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그야말로 나를 위한 것이었고, 동화 같은 커리어의 결말로 아주 적합했다”며 “커리어 내내 매 순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결과를 떠나 매번 최선을 다했기에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플러 감독은 “로모는 자이언츠 선수로 이 필드를 걸어나가는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이 프랜차이즈 역사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2005년 드래프트에서 28라운드 전체 852순위로 하위 순번에 지명된 로모는 2008년 데뷔 후 2016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9년을 뛰며 의미 있는 순간들을 함께했다.
이 기간 통산 515경기(439⅔이닝) 32승26패84세이브 평균자책점 2.58 탈삼진 498개로 전성기를 보냈다. 2010·2012·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했다. 특히 2012년 월드시리즈 2~4차전 3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두며 우승 순간을 장식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개인 최다 38세이브를 기록하며 커리어 유일한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2017년부터 LA 다저스, 탬파베이 레이스, 마이애미 말린스, 미네소타 트윈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오가며 ‘저니맨’ 인생을 보낸 로모는 전성기를 보낸 샌프란시스코 홈에서 마지막을 장식했다. 메이저리그 15시즌 통산 성적은 821경기(722⅔이닝) 42승36패137세이브204홀드 평균자책점 3.21 탈삼진 789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