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2년 만에 우승 도전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필승조 핵심 요원 2명에 이어 결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철인 외야수까지 부상 이탈하며 4월 한 달간 잇몸야구를 펼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NC의 시범경기. 경기에 앞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의 얼굴은 어둡고 차가웠다. 핵심 선수의 부상 이탈이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 감독의 입에서 외야진의 핵심인 배정대(28)의 부상 소식이 나왔다. 그것도 단순 부상이 아닌 최소 두 달의 공백이 예상되는 골절상이었다.
배정대는 26일 수원 SSG전에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6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SSG 이건욱의 몸쪽 공에 왼쪽 손등을 맞고 대주자 송민섭과 교체됐다. 당시 KT 관계자는 “선수보호차원의 교체이며, 심한 부상이 아니지만 정확한 상태를 보기 위해 X-레이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사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검진 결과 부상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했다. 26일 KT 관계자의 설명은 구단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감독은 “왼쪽 손등 끝부분이 골절됐는데 핀도 못 박는다고 하더라. 일단 깁스만 5~6주를 해야 한다”라며 “27일 서울에서 재검진을 받은 뒤 정확한 재활 기간이 나올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배정대는 지난 2020시즌부터 3시즌 연속 전 경기(144경기)를 소화한 리그 대표 철인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특유의 야구센스를 앞세워 큰 부상 없이 3시즌 동안 432경기를 소화했다. 전 경기에 출전했다는 건 그 선수가 구단에서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배정대는 임팩트 있는 한방과 넓은 수비 범위로 KT 공수 전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클러치능력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뽐내며 ‘끝내주는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 골절이 그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KT는 4~5월 배정대 다음으로 수비 범위가 넓은 김민혁을 중견수에 투입해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김민혁은 배정대 이탈 후 첫 경기였던 27일 NC전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멀티히트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감독은 “김민혁의 감이 더 올라오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분발을 요구했다. 또한 배정대의 이탈로 신인 외야수 정준영 또한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게 됐다.
KT의 고민은 사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필승조 핵심 요원인 김민수, 주권이 시범경기를 앞두고 부상을 당하며 나란히 2개월 휴식 소견을 받았다. 지난해 30홀드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한 김민수는 우측 어깨 극상근건, 홀드왕 출신 주권은 오른쪽 전완근이 각각 손상됐다. 이에 시범경기서 불펜 플랜B를 구상하고 있던 찰나 생각지도 못했던 배정대 부상 변수가 발생하며 이 감독의 근심이 커졌다.
KT는 지난해에도 시즌 개막 전 간판타자 강백호가 새끼발가락 골절로 이탈하며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감독은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시범경기 마지막 2경기를 앞두고 부상자가 발생했다. 결국 이렇게 세대교체를 하라는 뜻인가”라고 허탈함을 드러냈다.
필승조 2명에 주전 중견수까지 이탈하며 4월부터 잇몸야구를 펼치게 된 KT.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는 특급 백업들이 마구 등장하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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