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약하다고 하니까 우리 포수들이 자극을 많이 받았다."
KIA 타이거즈 전력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주로 포수진에 쏠린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예비 FA' 포수 박동원을 영입하며 주전 포수 공백을 채우는 듯 했지만 FA 시장이 열리자 박동원을 LG로 떠나 보냈다. 하지만 KIA는 FA 시장에서 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박동원이 이탈하기 직전, 키움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키움에 2024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포수 유망주 주효상(26)을 영입했다. 박동원의 이탈을 대비한 영입이었고 이제 박동원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후보군이 됐다.
2016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1차지명으로 입단한 잠재력 풍부한 포수였다. 입단 당시에는 강견을 바탕으로 한 도루 저지 능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투좌타로서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잠재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행보가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의 전담 포수 등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박동원 이지영이라는 주전급 포수들을 제치지 못했고 백업 김재현과 비교해도 큰 경쟁력은 없었다. 기대만큼 성장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키움 시절 통산 237경기 타율 2할3리(359타수 73안타) 2홈런 36타점 OPS .546의 타격 성적에 그쳤다. 기대했던 도루 저지에서는 비교적 우수한 면모를 보여줬다. 키움 시절 도루 저지율은 3할1푼5리(29저지/92시도)로 나쁘지 않았다.
2020시즌을 마치고 현역 군 입대를 했고 복무기간 막판이던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 KIA로 트레이드 됐다. 장정석 단장은 키움 감독 시절, 주효상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용했고 포수 뎁스를 채우기 위해 데려왔다. KIA 입장에서는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이라는 적지 않은 출혈을 하고 데려온 자원이기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기대가 크더라 주효상은 경쟁을 해야 했고 냉정히 말해 주전 포수 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주전 포수 경쟁에서 한승택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주전 포수 경험이 적지 않고 수비력은 검증됐다. 신범수 김선우 등 신예 경쟁자들과 경쟁을 하면서 자리를 쟁취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1군 한 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범경기에서 아직 터지지 않은 잠재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시범경기 사직 롯데전은 증거였다.
김종국 감독은 "투수와의 호흡이 중요하고 수비를 먼저 지켜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수비 쪽에서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포수는 수비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그 중 하나인 도루 저지 능력에서 주효상은 자신을 어필했다. 팔꿈치 수술 후유증을 털어내는 완벽한 송구 2개로 롯데의 발 빠른 주자들을 연달아 저격했다.
주효상은 3회 안권수의 2루 도루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안권수가 스타트를 빠르게 끊었지만 한치의 오차 없이 2루 위로 송구가 낮고 빠르게 향했다. 송구를 받은 2루수 김선빈이 움직이지 않고 안권수를 태그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송구였다. 8회에도 발 빠른 박승욱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면서 이날만 2개의 도루를 저지했다.
타석에서도 멀티 히트 경기를 완성하면서 타격감까지 과시한 하루를 보여줬다. 비록 경기는 5개의 무더기 실책이 나오면서 2-6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주효상의 활약은 수확임이 분명했다. KBSn스포츠의 나지완 해설위원도 "오늘 KIA의 수확은 주효상"이라고 말하면서 활약상을 칭찬했다.
물론 주효상 뿐만 아니라 한승택 신범수 김선우가 겨우내 흘린 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모두가 선의의 경쟁 의식으로 독기를 품었다. 김종국 감독은 "우리 포수들이 자극을 많이 받았다. 열심히 준비를 잘 했다. 언론에서 계속 약하다고 하니까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라면서 현재 포수진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주효상이 다시금 쏘아 올린 경쟁의 총성, 과연 KIA는 포수진이 약하다는 편견과 평가를 뒤집는 시즌을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