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FA 시장이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총액 800억원을 넘겼다. 당분간 마지막 광풍으로 남을 듯하다.
FA 투수 정찬헌이 지난 27일 원소속팀 키움과 2년 총액 8억6000만원(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최대 2억6000만원)에 계약하면서 2023년 FA 시장이 사실상 끝났다. 유일하게 미계약으로 남은 FA 투수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가 있지만 새 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써 2023년 FA 신청 선수 21명 중 20명이 계약을 마치면서 총액은 803억1500만원으로 늘었다. 역대 FA 총액 2위로 최고액이 나온 2022년 총액 989억원(15명)에 이어 또 한번 800억원 이상 거액이 시장에 쏟아졌다. FA 총액이 2년 연속 800억원 이상 넘은 건 처음이다.
이번 FA 시장에선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이적이 이뤄졌다. 양의지(NC→두산), 채은성(LG→한화), 유강남(LG→롯데), 박동원(KIA→LG), 노진혁(NC→롯데), 박세혁(두산→NC), 한현희(키움→롯데), 김상수(삼성→KT), 이태양(SSG→한화), 원종현(NC→키움), 오선진(삼성→한화) 등 11명이 팀을 옮겼다.
사인&트레이드로 이적한 이명기(NC→한화)까지 포함하면 12명에 달한다. 종전 FA 이적이 가장 많이 이뤄진 것은 2015~2016년 7명이었는데 이번에 대규모 이동으로 시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4년을 넘는 장기 계약도 이어졌다. 양의지와 채은성이 최대 6년 계약을 받으며 이적한 가운데 박민우는 5+3년으로 KBO리그 역대 최장 8년 초장기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FA 부익부 빈익빈도 여전했다. 30억원 이상 계약 선수가 8명이었지만 10억 미만 계약 선수도 8명이나 됐다. FA 미아가 될 뻔한 이명기, 권희동, 정찬헌은 겨울을 지나 2~3월이 되어서야 어렵게 계약했다. 강리호는 보상선수가 필요없는 C등급에도 불구하고 강제 은퇴에 내몰렸다.
코로나19 악재를 비웃듯 최근 몇 년간 예상을 뛰어넘는 FA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 당분간 FA 광풍이 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본격 도입된 팀 연봉 총액 상한제 샐러리캡으로 인해 구단들이 묻지마 투자를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연이은 국제대회 부진으로 FA 고액 몸값에 대한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장을 뒤흔들 만한 FA 매물이 별로 없다. 비FA 다년 계약 바람이 불면서 특급 FA 후보들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미리 묶이고 있다. 지난겨울에도 박세웅(롯데), 구창모(NC), 오지환(LG)이 비FA 다년 계약을 맺고 FA를 포기했다. 올 시즌 후 FA가 되는 선수로는 김재윤(KT), 안치홍(롯데), 양석환(두산) 정도가 대어로 눈에 띄는 자원이 부족하다. 내후년 FA 예정자인 이정후(키움), 고우석(LG) 등 S급 선수들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거나 유력한 상황이라 FA 광풍을 일으킬 만한 매물이 많지 않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