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2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가 일본에 대패하며 3연속 예선탈락하면서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열악한 코치들의 대우를 현실화하며 유능한 지도자들을 배출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들이다. 공부하는 열정 지도자가 뛰어난 선수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일본전에 패해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에 빠진 한국국가대표 선수들.
“방송해설이나 예능에 출연하면 단숨에 억단위 수입을 올린다. 이런 현실에서 코치 최저연봉 받으며 지도자로 출발하기 어렵다”VS”코치 제안을 해도 거절한다. 능력있는 코치가 부족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스타 출신 지도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 근년 들어 은퇴 선수들은 지도자의 길을 걷는 대신 방송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방송중계 해설위원 혹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며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야구 현장 대신 방송계로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야구인들은 ‘코치 대우’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지도자의 첫 발인 코치로 데뷔하면 연봉 5000만원부터 대우가 시작된다. 일반 직장인들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급여이지만 코치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처지이고 퇴직금도 없다.
코치 연봉은 십수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이지만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 등은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업무 강도에 비해 많지 않은 수입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달고 사는 코치들이 대다수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코치의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을 것이다. 코치 경력을 쌓은 후 감독이 되면 다년계약에 계약금과 억대 연봉으로 보상받는다고 하지만 감독이 되는 경우는 극소수이다. 반면 매년 계약하는 코치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이기에 한해 한해 살얼음판을 걷는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선수도, 감독도 연봉이 수십배로 치솟았지만 코치 연봉만은 기대에 못미친다. 1990년대 3000만원, 2000년대 4000만원,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5000만원 등 코치 데뷔 첫해 연봉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 젊게는 30대 중후반에서 대개는 4, 50대 가장으로 가족생계를 꾸리는 생활인인 코치들에게 열악한 연봉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타 출신들이 코치직을 멀리하게 되고 야구계에서는 유능한 코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유능한 코치가 적다보니 선수들 기량향상도 이뤄지기 힘들고 결국은 한국야구 전체의 문제점으로 곪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스승 밑에서 걸출한 선수가 나온다’는 말처럼 유능한 지도자가 부족한 현실에서 스승을 뛰어넘는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기는 어렵다. 현역시절 ‘FA 대박’을 터트리는 등 금전적인 면에서 형편이 나은 은퇴 선수들도 열악한 현실에 선뜻 코치로 출발하지 못한다. 또한 구단등으로부터 미래 지도자감으로 평가받던 이들 조차도 코치 출발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은퇴 후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야구계 인사들은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 수입에 비하면 코치 연봉은 턱없이 낮다”면서 “내가 뛰었던 팀에서 코치를 하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코치 연봉으로는 애들 못 키운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수억원대 선수 연봉을 받다가 하루 아침에 연봉 5000만원짜리 코치가 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올수밖에....
일부에서는 해보지도 않고 돈타령부터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열악한 현실이지만 지도자로서 성공해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분명 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코치 활동이 자선봉사활동일 수는 없다. 또한 현역시절 뛰어난 플레이를 펼친 스타 출신 지도자가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그들이 선수시절 보여줬던 실력의 밑천인 노하우는 후배 선수들에게 전수될 수 있는 길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한 토대가 된다. 미국이나 일본도 FA 대박으로 큰 돈을 번 스타출신들은 힘든 지도자길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추세이다. 그러나 2023년 WBC에서 일본과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판명된 한국야구가 다시 일어서려면 스타 출신들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단은 대우 현실화하고 코치들은 공부하며 경쟁해야 한다
-해설도 지도자 경험이 더해야 더 빛이 난다
일단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이 쉽게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여건은 갖춰져야 한다. 구단과 KBO는 코치들의 대우 현실화와 지도자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적자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FA 계약에 100억원대 이상을 쏟아붓고 외국인 선수나 코치를 쓰는 데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현실이다. 외국인 코치를 쓰는 경우 코치 연봉 외에도 통역과 숙소 지원 등으로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우리 코치들의 대우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코치 자원이 풍부해져야 선수 기량향상 등 야구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코치에 뜻을 둔 은퇴 선수들도 해외연수 등을 통해 공부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구단지원 혹은 자비로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지도자 연수를 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코치 대우가 열악한 탓인지 ‘공부하는 지도자 연수’가 훨씬 드물어졌다.
한 야구계 인사는 “공부하는 지도자가 많아져야 한다. 담당분야 선수 기량향상, 팀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코치들에게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주며 경쟁하는 구도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선수들에게 마냥 오냐오냐 칭찬만 해주고 구단의 눈치만 보는 코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야구가 발전하려면 구단과 KBO는 적절한 대우와 보상를 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코치들은 공부해서 선수들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뼈있는 조언을 건넨다.
또 다른 인사는 "지도자 경험이 없는 스타 선수출신들이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우, 해설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지도자로 활동한 경험이 해설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며 방송으로 직행하는 스타 출신들에게 지도자 경험도 쌓기를 적극 권한다.
결론적으로 구단은 코치들의 대우를 현실화하는 한편 너무 구단 구미에만 맞는 코치들의 기용을 조금은 지양해야 한다.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않는 코치도 있어야 구단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코치들도 인성과 실력을 겸비, 선수들의 존경을 받으며 야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박선양 스포츠1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