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트라웃(32)이 새삼 가을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오타니 쇼헤이(29)와 함께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는 올해, 트라웃은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올해 처음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미국 대표팀으로 참가한 트라웃은 여전히 WBC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MVP 3회에 빛나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불리지만 ‘재미없는 선수’의 이미지가 강했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플레이, 쇼맨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소속팀 에인절스가 약팀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라웃은 2014년 디비전시리즈 3경기가 유일한 포스트시즌 경력이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트라웃에게 WBC라는 국제대회는 또 다른 경험이었고 희열을 느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을 했고 동료인 오타니의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들린 팬들의 환호성은 트라웃을 각성시켰다.
‘LA타임즈’에 의하면 ‘트라웃은 마이애미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에인절스 필 네빈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다. WBC의 마지막 삼진을 당한 뒤 론디포파크 관중들의 함성이 여전히 귓가에 울렸다’라고 전했다.
트라웃은 “네빈 감독에게 ‘우리는 이런 게 필요하고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를 할 필요가 있다. 그 분위기를 경험하고 싶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플레이오프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열망하는지를 상기시켰다”라고 되돌아봤다.
트라웃은 이어 “야구장에서 겪은 경험 중 가장 멋진 경험이었다. 야구 팬으로도 선수로서 경험해보고 싶은 분위기다. 특별한 며칠이었다”라면서 WBC의 긴장되면서도 열렬한 분위기를 잊지 못했다.
WBC에서 주인공이 된 오타니의 마지막 투혼에 들러리에 머문 트라웃이었다. 그는 오타니와 첫 투타 맞대결에 대해 “재밌는 타석이었다. 저는 배럴 타구를 띄우려는 한가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분명히 오타니라면 그의 모든 구종을 모든 곳에 넣을 것이었다. 하지만 타석 내내 스플리터를 던지지 않았다. 스플리터를 생각했는데 풀카운트에서 엄청난 슬라이더를 던졌다”라고 되돌아봤다.
에인절스에서 제회한 트라웃과 오타니. 그는 “저는 오타니를 껴안았다. 그가 팀 동료라서 기쁘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선수고 훌륭한 스터프를 갖고 있다”라면서 오타니와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트라웃이 오타니의 존재를 소중하게 느끼게 됐지만 함께할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오타니는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5억 달러 이상 계약이 이제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아직 포스트시즌을 뛰어보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패배에 익숙한 팀 전력에 불만 아닌 불만을 내비쳤다.
에인절스는 일단 지난 겨울 달라졌다.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고 트라웃의 전성기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일까.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나름 충실하게 전력보강을 했다. 여기에 트라웃도 다시금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항상 오타니가 이곳에 머물게 하려고 노력하겠다”라며 오타니의 잔류에 진심을 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라우타니’ 듀오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해 가을야구를 함께 경험하는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