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홈그라운드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형 구장이다.
홈 플레이트부터 중앙 펜스까지 거리는 122m, 좌중·우중 펜스까지 123.4m, 좌·우 펜스까지 99.5m다. 특히 좌중, 우중간의 거리가 짧다. 그만큼 장타 생산에 유리하다. 하지만 삼성은 홈구장의 이점을 살릴 만한 젊은 토종 슬러거를 배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 삼성이 그토록 바랐던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날 분위기다. 대구삼성라이온즈가 처음 문을 연 2016년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이성규(외야수)가 시범경기 홈런 선두를 질주하며 히트상품 탄생을 예고했다.
팀내 최고의 거포 유망주로 꼽히는 이성규는 지난해까지 1군 통산 148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7푼9리(307타수 55안타) 12홈런 38타점 39득점을 기록했다. 2020년 10홈런으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이자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작성했다.
힘만 좋은 게 아니다. 퓨처스 통산 타율 3할3푼2리로 정확성도 수준급. 2018년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31홈런으로 퓨처스 북부리그 1위를 차지하기도. 슬러거로서 잠재 능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잦은 부상에 발목 잡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1,2군을 왔다 갔다 하면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위축되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25일 현재 11경기에서 타율 4할(25타수 10안타) 5홈런 10타점 7득점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올해부터 외야수로 완전 전향하면서 수비 부담을 덜어낸 부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박진만 감독은 "이성규가 시범경기에서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서고 있다. 약점이었던 변화구 대처 능력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진다"면서 "장타가 부족한 삼성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올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5개의 홈런 모두 3점 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 터졌다.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 이성규는 15일 대구 LG전에서 9-8로 앞선 8회 무사 1,2루서 좌월 3점 아치를 터뜨렸고 18일 KT를 상대로 2점 차 뒤진 8회 추격의 솔로 아치를 날렸다. 19일 경기에서도 3-0으로 앞선 6회 KT 좌완 심재민에게서 달아나는 1점 홈런을 빼앗았다.
이성규는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결승 홈런을 날렸다. 1-3으로 끌려가던 7회 좌월 스리런을 쏘아 올리며 4-3 역전승을 이끌었고 25일 두산과의 잠실 원정 경기에서도 3회 선제 투런 아치를 날렸다.
시범경기 홈런 선두를 질주 중인 이성규는 "지금이 정규 시즌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타격감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시범경기라서 타율이나 홈런 같은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지금 좋은 감을 시즌까지 유지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주는 거침없는 기세를 정규 시즌에서도 이어간다면 팀에 엄청난 에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