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수술에도 1차 지명의 영예를 안았던 이병헌(20)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승엽호의 뒷문을 책임질 좌완 필승조로 낙점됐다.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서 취재진과 만나 부임 첫해 뒷문 구상에 대해 밝힌 이승엽 감독. 관심사는 9회 마무리 홍건희, 8회 셋엄맨 정철원의 앞을 맡을 필승 요원이었다. 이 감독은 선발투수가 5~6이닝을 소화한다는 가정 아래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6회와 7회를 담당할 투수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고, 이날 2년차 이병헌을 가장 먼저 호명하며 남다른 신뢰를 나타냈다.
이 감독은 “정철원 앞에는 이병헌과 더불어 박치국, 이형범, 김명신이 대기한다”라며 “특히 이병헌은 구위가 좋고, 타자들이 투구폼을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직구 구속도 148km가 나온다. 물론 요즘 기준에서는 148km가 그렇게 빠른 구속이 아니지만 디셉션 동작이 좋다. 공이 휘어져 들어가기 때문에 좌타자 입장에서 공략이 어렵다. 내가 봐도 까다롭다”라고 이병헌만이 가진 능력을 주목했다.
서울고 특급 좌완으로 불렸던 이병헌은 지난 2021년 8월 열린 KBO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1차 지명됐다. 7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에 이어 8월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차례로 받고 재활 중이었지만 최고 151km 강속구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최고 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이병헌은 기나긴 재활을 거쳐 2022년 9월 3일 마침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나흘 뒤인 7일 창원 NC전에서 감격의 데뷔전을 가졌고, 1군에서 9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60의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수술 여파로 구속이 고교 시절만큼은 안 나왔지만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남기며 2년차 전망을 밝혔다.
이 감독은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서 장원준의 뒤를 이을 좌완투수 발굴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함덕주 트레이드에 이어 유희관, 이현승의 잇따른 은퇴로 좌완 불펜에 공백이 생겼고, 이에 이병헌을 비롯해 김호준, 이원재 등 신예 좌완 육성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이 감독은 캠프에서도 이병헌을 “현역 시절 구대성 선배 느낌이 난다”라고 평가하며 그의 재능을 주목한 바 있다.
관건은 제구다. 이병헌의 시범경기 성적은 6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3.86으로 준수한 편이지만 4⅔이닝 동안 볼넷 4개와 사구 1개를 헌납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편차가 큰 경우도 제법 있었다. 이 감독은 “이병헌이 스트라이크 확률을 높여야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분명 팀에 큰 힘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제구 안정이라는 성공의 전제 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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