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또 한번의 1라운드 조기 탈락으로 큰 실망감을 안겼던 한국 야구. 새 시즌을 앞둔 KBO리그 흥행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도 야구팬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토요일 주말을 맞아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에는 총 관중 2만5138명이 입장했다. 잠실 삼성-두산전 5979명, 사직 한화-롯데전 5876명, 광주 SSG-KIA전 5232명, 고척 LG-키움전 4878명, 수원 SSG-KT전 3173명의 관중들이 들어왔다. 주말 시범경기가 유료 입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
시범경기 첫 주말이었던 지난 18~19일 대구 KT-삼성전, 사직 LG-롯데전, 대전 키움-한화전, 광주 두산-KIA전, 창원 SSG-NC전에도 10경기 총 5만3577명의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25일까지 주말 3경기 평균 관중 5248명으로 야구 열기가 뜨겁다.
WBC 후유증이 우려됐지만 야구 인기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롯데의 경우 지난 23일 소속 선수 서준원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즉시 방출된 사건이 있었지만 25일 사직 경기에는 5876명이 관중석을 채웠다.
그만큼 KBO리그 인기가 견고하다. 지난 1982년 출범 당시부터 태생적으로 지역 연고제가 뿌리 깊게 박혀 고정 팬층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들은 국제대회와 관계없이 각자 응원팀 야구를 본다. 야구의 수준을 따지기보다는 42년 세월이 쌓인 만큼 애증으로 얽힌 응원팀 승리와 선수들의 활약을 중시한다.
승패를 떠나 야구장 응원 문화나 분위기를 즐기는 팬층도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20대 여성팬이 대거 유입된 삼성이 성적 부진에도 흥행 몰이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화처럼 오랜 암흑기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팬덤도 있다. 두 팀 모두 시범경기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올 시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달 1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리는 개막전에도 벌써부터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어 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이 지난 25일 2026년 WBC에 자동 참가하는 16개 나라별 분석 기사에서 한국을 두고 ‘이 나라는 여전히 야구에 미쳤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표현한 것도 결코 과하지 않다.
멕시코 대표팀을 WBC 최초로 4강에 이끈 벤지 길 감독도 일본과 4강전을 앞두고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야구의 세계화를 언급하며 “예로 들면 한국이 있다. 한국은 야구를 좋아한다. 이번 WBC에선 불행하게 8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에도 한국은 야구 인기국으로 인식돼 있다.
여러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끄떡없는 팬들의 사랑에 선수들을 비롯해 모든 한국 야구 구성원들이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변함없는 인기에 취해 안주하면 고인물 스포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잊으면 안 된다. 지금 당장은 괜찮아도 신규팬이나 꿈나무 유입이 줄면 장기적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모든 야구인들이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waw@osen.co.kr